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의 일부를 눈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복제인간. 임신을 하지 못하는 여성을 위한 인공 자궁. 이식이 필요한 사람의 만능 줄기세포 또는 분화하기 전의 세포에서 맞춤 배양한 대체 심장과 간. 시각과 청각에 이어 후각과 촉각이 덧붙여진, 훨씬 생생하고 실감나는 가상 현실. 구매자의 신체에 관한 상세한 스캔(scan) 자료를 통해 자동 제작되어 기성복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는 맞춤복.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콜레라, 동맥경화증, B형 간염과 같은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식품. 체육관에서 땀 흘릴 필요없이 간단한 처방만으로 크고 단단한 근육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 백신」.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발행인 캐롤 이젤과 글렌 조프티는 이런 일들이 10년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20세기를 마감하는 지난해 이 과학지는 21세기를 예측하는 특별호를 내면서 이런 미래의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지, 지금 사람들은 정말 살아서 이런 일을 맞을 수 있을지 검토했다. 미국 의학자와 기계공학자, 언론인 18명이 내린 결론은 이 모든 것들은 공상과학영화 속의 일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기술이나 진보에 뒤따를 결과들이라는 것이다.
생체 일부를 정밀한 인공 두뇌학의 산물로 대체하는 「바이오닉스」는 생물의 제어원리를 적용하여 더 나은 인공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의료용 인체조직을 만드는 일은 미국 병원에서 이미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합성 피부, 연골, 뼈, 인대를 만든다. 배양조건만 달리하면 혈구나 근육, 신경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세포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세포로 배양된 반(半)합성의 콩팥을 이식받아 신장병 환자가 신장투석의 곤혹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이다. 「규격품으로 언제나 구입 가능한」 장기 전체를 생각해 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머리 이식」이라는 섬뜩한 풍경은 지금도 가능하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로버트 화이트(신경외과) 교수는 1970년 원숭이의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그는 사람의 머리를 이식하는 것은 이보다 더 쉬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혈관이 원숭이보다 넓은 데다, 외과의사들은 사람을 다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교수는 그래서 사고로 목 아래 부분이 완전마비된 사람이, 뇌사자의 몸을 제공받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의료공학 발전과 과학기술의 진보에는 항상 윤리적 문제가 뒤따른다. 인간의 배아세포를 이용한 신체조직 배양은 열띤 논쟁의 대상이다. 이 세포는 시험관이 아니라 자궁으로 돌아가 수태가 되면 온전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 로저 페터슨(산부인과·생식과학) 교수는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실 연구는 의학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약속하기 때문에 정당한 과학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배아 세포가 태아가 될 가능성을 전혀 갖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이 이루어진다 것이 전제다.
「쿠르츠바일 테크놀로지」의 최고 경영자 레이 쿠르츠바일은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기계가 나타나는 것도 가능하며, 그 일은 멀지 않았다고 본다. 그때 쯤이면 『무생물에서 태어나는 지적 존재라는 것이 가능한가』는 논쟁은 불필요하다. 만일 그런 일로 사고와 행동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사이보그와 토론하고, 극구 인간의 특이성만을 주장한다면 『그들은 미치고 말지도 모른다』 고 쿠르츠바일은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