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일요일은 미술관과 박물관 앞에서 시작된다. 휴일의 시내 중심가는 차량의 통행도 뜸하고 한적하지만 미술관 앞은 문화적 욕구를 채우려는 파리지앵의 행렬로 장사진을 친다.평일에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일요일에 미술관에 입장객이 몰리는 것은 프랑스의 독특한 문화정책 때문이다. 일요일은 입장료가 평일보다 20-50% 싸다.
루브르의 평일 입장료는 45프랑(7,700원)이지만 일요일은 26프랑(4,400원)으로 절반 정도다. 미술관은 또 젊은이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문화공간이다. 모든 미술관 박물관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무료다.
문화관련 연구원과 미대생 교사 언론인 등 예술을 전파하는 임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무료입장객이 많다 보니 루브르의 총수입 중 입장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도 안될 정도다.
올 들어 일요일의 미술관 앞 행렬은 더 길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매월 첫째 일요일에는 국립미술관을 무료개방키로 정했기 때문이다. 1월의 첫째 일요일인 지난 2일 무료개방된 루브르와 오르세 로댕미술관 등 국립미술관에는 10여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특히 27개월간의 오랜 공사를 마치고 밀레니엄 개막에 맞춰 1일 새롭게 문을 연 국립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는 이틀동안의 무료 개관행사에 8만여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4만여점의 현대미술품이 전시된 퐁피두의 1만4,000㎡의 공간은 20세기 미술관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미술 건축 음악 영화 연극을 위한 문화의 전당인 이곳도 18세 미만의 젊은이에게는 무료다.
2월부터는 마티스 등 포비즘 화가의 작품 전시로 유명한 시립 현대미술관과 파리시가 주관하는 각종 전시회도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무료로 공개된다.
코메디 프랑세즈, 오데옹 극장 등 5개 국립극장도 다음달부터 매주 목요일을 값싸게 연극을 즐길 수 있는 날로 정했다. 좌석당 보통 150프랑(2만5,000원)이상인 연극 입장료가 3분의1의 부담없는 가격으로 낮아진다.
10년에 걸친 대공사를 마치고 새 모습으로 단장한 공예(Arts et Metiers)미술관도 다음달 개관을 앞두고 있어 문화인을 설레게 한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과거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입장료를 아예 받지 않는 영국의 대영 박물관. 젊은이의 문화감각·역사의식 고양을 위해 무료입장과 일요일 할인을 유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미술관. 문화대국의 자신감과 유럽의 힘은 미술관에서부터 나오는 듯 하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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