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교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요구 시위로 큰 홍역을 겪었던 프랑스가 올해 들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각종 교내 폭력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학교폭력 문제는 지난 13일 파리 서부의 망트-라-졸리의 쥘 페리 중학교에서 16-18세의 유급생 3명이 한 스페인계 학생(11)을 다치게 하면서 표면화했다. 유급생들은 이 학생에게 스페인어 숙제를 대신하도록 강요하다 거부당하자 3m 높이의 난간에서로 밀어 떨어뜨렸다.
또 북동부 롱위의 한 직업학교에 다니는 17세 학생은 급우들이 4개월 이상 자신을 괴롭혀왔다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 학생은 3명의 급우가 용접기와 담뱃불로 자신의 몸을 지졌으며 손가락을 꺾고 머리를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21일에는 에손주(州) 리-오랑지의 알베르-카뮈 중학교에서 학생 3명이 한 여학생을 위협, 돈을 빼앗은 뒤 면도칼로 몸에 상처를 내고 라이터 불로 얼굴을 지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주에는 파리 근교의 장제이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복도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교실문에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지르는가 하면 지도교사 1명을 공격했다.
북부의 루베지방에서 남부의 몽펠리에 지방에 이르기까지 벌어진 일련의 학교폭력 사태로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았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교실에 기거하며 학교폭력 대책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는 등 상당수 학교에서 「교육」이 실종됐다.
급기야 교육당국이 나섰다. 클로드 알레그르 프랑스 교육장관은 27일 교직원 수천명을 증원하고 경찰의 학교내 투입을 허용하며 폭력 학생의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학교폭력 척결대책을 발표했다.
교사보조원 상담원 양호교사 감독관 임시교사 7,000명을 신규 채용하고 75개 「위험 학교」의 등하교 시간에 경찰관을 배치, 사고발생시 신속 투입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학부모와 교사는 많지 않다. 지난 학기 중학교에서만 2만건의 학교 폭력행위가 신고되는 등 교내폭력은 이제 일상화했기 때문이다.
문교당국의 이번 발표도 1992년 이후 8번째로 나온 대책이지만 이전 내용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당국은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일부 빈곤층 밀집지역 학생의 소행』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교내폭력의 일상화는 다민족사회 프랑스의 소외와 갈등구조가 의외로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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