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주최, 고대경제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일보사가 후원한 「새 천년의 바람직한 민영화 정책」심포지엄이 28일 오후 고려대 인촌 기념관에서 열렸다. 한국전력,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포항제철 등 주요 공기업들의 바람직한 민영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공적 독점」(공기업)이 「사적 독점」(재벌)화하지 않도록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기조연설
진 념(陳 稔) 기획예산처 장관은 「뉴밀레니엄의 민영화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올해도 공기업을 일류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현실적으로 즉시 민영화하기 힘든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어 『한국통신은 매각일정 조정, 국내증시 직상장, 경영혁신 가속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한국중공업은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제휴 등 민영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장관은 한국전력 민영화와 관련, 『발전 자회사를 조직·인력·회계가 분리된 독립사업단으로 운영, 발전부문의 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한국전력에 대해서는 민영화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나왔다. 「한국전력의 민영화와 바람직한 소유지배구조」를 주제로 발표를 한 서울대 김태유(金泰由) 교수(공대 기술정책과정)는 『한전 민영화가 전력산업의 효율성에 대한 진단없이 선진국 사례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며 『민영화 정책이 급조된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특히 전력공급의 안정성, 가격의 불안정, 원자력·가스·환경 등 관련 분야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안보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또 『전력 산업의 경우 경쟁도입의 효율이 입증된 바 없고, 우리 현실은 경쟁도입에 더욱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이밖에 경기침체와 환율하락, 그리고 정부의 규제에 의한 낮은 전력가격이라는 여건에서 한전이 해외매각될 경우 국부의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정토론자로 나선 에너지경제연구원 윤원철(尹垣喆) 연구위원은
『우리 전력산업이 비효율적인지, 규모의 경제를 상실했는지, 경쟁체제 도입이 능사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배인삼공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승민(劉承旼) 선임연구위원은 『담배인삼공사를 재벌이나 다국적 담배회사에 매각하지 않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 책임경영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위원은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와 지배구조및 산업·경쟁 정책의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를 위해 안정주주 그룹을 형성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새로운 지배구조가 정착될 때까지 동일인 소유한도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또 『담배인삼공사 민영화의 경우 제조독점, 잎담배농업구조조정, 가격규제 등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며 「잎담배 구조조정 5개년 계획」수립을 제안했다. 즉 초기 2~3년간은 제조독점을 보장하되 3,4차 연도에 제조독점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 김 균(金 均) 교수(경제학)는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며 민영화 이후의 소유지배구조도 분명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교수는 특히 『민영화 이후 경영자(CEO)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경영 견제장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중공업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한국중공업 민영화를 국가적 과제인 재벌개혁과 결부지어 추진해야 하고, 종업원 지주제 도입 등 내부 통합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의 정용택(鄭鎔擇) 박사(경제학)는 「한국중공업의 민영화-소유분산과 종업원 지주제를 중심으로」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중공의 민영화가 재벌화로 귀결될 수 있다』며 『이는 국민경제의 효율성과 경제정의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 박사는 『국내 지배주주 컨소시엄이 한중을 인수하는 것으로 돼 있는 지난해말 산업자원부의 한중 민영화 계획은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삼성·현대 컨소시엄에 한중을 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박사는 올바른 민영화를 위해서는 소유분산과 상호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종업원 지주제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인 정재한(鄭載翰) 박사(경제학·동아대 강사)는 『민영화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다』며 『고용조정을 둘러싼 집단 이기주의 문제나, 전략적 제휴대상인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해외기업의 경영 참여문제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제철
명지대 이종훈(李宗勳) 교수(경상대)는 포항제철을 재벌에게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경영권을 포함, 포철을 지배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재벌이 포철을 인수할 경우, 독점의 폐해가 계속되고 철강회사인 포철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재벌의 인수를 차단하고, 일정기간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며, 소유분산을 위해 현재의 동일인 소유지분한도(3%)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포철 경영진의 전횡 가능성을 막기 위해 동일인 소유지분 한도를 폐지할 시점을 사전에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고려대 김용민(金用民) 교수는 『정부의 계획대로 포철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포철은 「무주공산」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정부가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교수는 특히 『민영화의 핵심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기 때문에 사외 이사를 더 늘리고, 효율적인 내부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조치가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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