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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교육정책용역' 17억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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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교육정책용역' 17억 낭비

입력
200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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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정책 개발이나 기초자료용으로 쓰기 위해 발주하는 정책연구 보고서가 상당수 엉터리로 작성돼 작년 한해에만 17억원 가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밝혀졌다.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12월1일 내놓은 「한국교육의 중장기 비전(시안)」. 교육정책기획관실이 작년 9월 한국교육개발원에 용역비 2,850만원을 주고 맡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2010년까지 시행할 중장기 정책을 두달반만에 만들어낸 이 보고서는 정책 집행에 필요한 예산 규모와 예산 확보방안에 대해 개략적인 추산조차 담지 않아 「비전」이 아니라 「상상」이라는 평을 받았다. 때문에 학계는 거창한 이름의 이 보고서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이미 만들어둔 장기프로그램 보고서들을 급히 짜깁기한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교육부는 또 작년 11월말 느닷없이 「새천년 맞이 교육비전 여론조사」를 긴급 현안과제로 책정, 「2020년 우리 교육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가」 등 막연하고 의미 없는 질문 10여가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비는 3,000만원.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들조차 『기초자료로도, 국민여론 파악용으로도 의미 없는 내용』이라고 꼬집고 있다.

더구나 용역보고서들의 세부내용도 상당부분 부실하다. 20일 발표한 「대학교의 성 차별적 관행조사와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1,200만원)의 경우 「성희롱 유형 빈도」표에 나오는 유형별 성희롱을 다 합하면 100%가 아닌 107.5%가 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각종 통계가 표준편차까지 표시된 복잡한 수식으로 돼 있어 정작 이 보고서를 활용해야 할 공무원이나 학교 현장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이다.

「남녀공학 운영실태 조사 및 내실화 방안」(1,000만원)의 경우는 정작 중요한 「내실화 방안」은 거의 다루지 않았고 제시한 극히 일부 방안도 「학교 관리직에 여교사를 비례대표제 식으로 임명하자」 「남학생과 교사에게(만) 성희롱 방지교육을 하자」 등 위헌 소지가 큰 것이 상당수다.

정책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연구용역도 숱하다. 「병인양요와 외규장각 도서문제 연구」는 외교통상부나 문화부 소관이고, 「동양의 정신문화와 성찰적 근대화 연구」, 「삼국유사 연구 및 연구결과의 영상화」(이상 각 1,500만원) 등 10여건은 정책과제로 선정된 이유를 찾기 힘들다.

한편 작년도 정책연구 과제는 모두 109건으로 16억7,800만원이 지출됐으며 건당 비용은 1,000만∼3,000만원이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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