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백신사고가 잇따른다는 보도가 나가자 기자에게 흥분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모(33)씨. 지난해 11월30일 한 보건소에서 DTaP(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소아마비백신)를 접종한 지 이틀만에 쓰러져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6개월짜리 아들을 둔 아버지였다. 김씨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아들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백신사고 이후 보여준 보건당국의 「배짱」 때문이다.그가 팩스로 보내준 5장의 보고서는 백신 부작용 사고가 왜 잦고, 동일 사고가 되풀이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목은 「N구 보건소 백신접종 후 부작용 관련 역학조사보고」. 서울시 백신 부작용 역학조사반이 정부에 보고하기 위해 만든 자료였다. 김씨는 자료 내용을 성토했다. 하지도 않은 병원방문조사가 적혀 있었고, 아들의 상태 파악 한번 없이 보건소 조사와 접종 기록만으로 자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당국의 태도를 보면 올들어서만 3건의 부작용 사고가 나고, 1명이 사망한 백신사고에 대해 너무도 태연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방접종과 사고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버틴다. 나아가 문제가 생기면 보상을 해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런 배짱에는 「부작용은 접종 유아 100만명, 200만명중 1명밖에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국민보건을 책임진 당국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왜 철저한 사고조사를 외면하는지』 『균주교체 등 문제점을 보완할 생각은 왜 안하는지』 김씨의 분노와 불만은 끝이 없었다. 『보건당국이 백신 부작용 사고를 너무 안이하게 대하고 있어요. 엉터리 조사 보고서를 내놓고 「별일 아니다」라고만하니…』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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