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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이 '정통' 공포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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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이 '정통' 공포물을

입력
200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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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정(正)·반(反)·합(合)」은 90년대엔 「혼성(하이브리드)」으로 변했다. 90년대의 이런 유행에 잘 부합한 감독 중의 하나가 팀 버튼이다. 그의 영화는 기괴하다. 그러나 웃음도 그치지 않는다. 코믹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잔인하지만 우습고, 우습지만 유쾌하지는 않은 팀 버튼의 영화는 그래서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면 쉽게 인이 박힌다.팀 버튼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언제나 「결박」 당했다. 「비틀 주스」에서는 수시로 출몰하는 간 큰 귀신에, 「배트맨」에서는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팽귄맨에게 휘둘렸다. 「가위손」에서는 동화 속 배경에서 튀어나온 한 마을이 실은 편견으로 왜곡됐음을 강조했다.

영화 「슬리피 할로우(Sleepy Hallow)」의 모티프인 「호스 맨(Horse Man)」은 미국의 여러 애니메이션에서 공포의 존재로 그려져 온 캐릭터. 팀 버튼은 이 캐릭터를 통해 『의식과 잠재의식의 대결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1799년 아직 체계적인 사법체계가 만들어지기 전 합리적 수사과정을 중시하는 초보 경관 크레인(조니 뎁)은 판사들의 구습에 도전하다 「괘씸죄」로 뉴욕 북부 작은 마을 슬리피 할로우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의 수사를 맡게된다.

할로윈 크리스마스 호박으로 만든 허수아비는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올 법한 소품으로 「슬리피 할로우」에서 뭔가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암시는 크레인에게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밴 타셀 등 마을 원로들의 음험한 눈빛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들의 음모는 일부분일 뿐이다. 남북전쟁 중 무차별로 사람들을 도륙했던 흉악한 독일인 용병이 바로 호스맨이며 그는 무덤 속에서 도난당한 자신의 머리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골라서 죽인다.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또 다른 원한을 가진 음험한 여인.

팀 버튼은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이란 소설을 바탕으로 50년대 유행했던 정통 호러(공포)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통」 이야기 구조에 팀 버튼의 개성이 출몰함으로써 다른 장르의 영화로 태어났다. 머리를 베어가는 호스맨의 살인이 진행되면 잘려진 인간의 머리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귀신으로 변하는 점성술사의 얼굴은 공포스럽게 일그러지다가 한순간 「비틀 주스」의 장난꾸러기 귀신처럼 눈이 앞으로 튀어 나온다. 비장한 면모를 과시했던 크레인의 코믹한 캐릭터도 웃음을 유발한다. 공포가 황당함으로 치환되는 팀 버튼의 「장난」은 영화 곳곳에서 「팀 버튼 표 영화」를 외친다.

인간의 뒤틀린 내면, 선과 악이 공존하는 미묘한 내면은 이번 영화에서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크레인과 사랑에 빠지는 카트리나(크리스티나 리치)의 정체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달라진 점이 있다. 감독은 『나는 미스터 액션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호스맨과 크레인의 추격전은 그가 박진감 넘치는 액션 화면을 만들어내는 데도 상당한 재주가 있음을 증명했다.

그로테스크함은 이전에 비해 떨어지지만 이제 이름값이 너무 많이 나가는 팀 버튼의 내면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영화이다. 요정같은 크리스티나 리치는 「가위손」의 위노나 라이더의 위력에는 못미치지만 매력적이다. 29일 개봉. 오락성 ★★★★ 작품성 ★★★☆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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