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투적이라고 하는 김정란, 진중권, 강준만의 글쓰기는 분명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각기 다른 문화 영역에서 튀는 글쓰기로 세인의 눈길을 모으는 이 세 사람은 우리 지식인 사회에 진짜 자유주의자가 등장했음을 알린다」시사평론가 유시민씨가 계간 「황해문화」 1999년 겨울호에서 극우 헤게모니를 거부하고 공격하는 자유주의자들이라고 칭찬한 김정란, 진중권씨와 영화평론가 김규항, 재불동포 홍세화씨는 2월 초 「아웃사이더」라는 잡지를 낸다. 격월간인 이 잡지의 창간호는 편집위원 네 사람의 면면대로 보수 우익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제도권에 대한 통박과 「인물과 사상」의 맥을 잇는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박정희 신화, 재벌기업을 대변하는 경제학자 공병호에 대한 비판, 기획 연재를 두 꼭지나 내 줄줄이 따지고 들 조선일보의 극우 성향 분석….
그런데 창간호 발행을 며칠 남겨 놓지 않고 한 소장 철학자가 이들의 글쓰기 행태를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에서 니체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계명대 이진우 교수는 최근 나온 시사교양지 「이머지(emerge) 새천년」 2월호에서 「극단적 자유주의 역시 여느 사상과 마찬가지로 전투의 반동적 의지에 사로잡히면 극단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이라며 강준만, 김정란, 진중권씨를 꼬집었다. 그의 글은 보수우익 세력을 실명으로 비판해 가며 새 문화현상을 만들고 있는 몇몇 사람의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공개비판이다.
이들을 「전투적 자유주의자」로 규정한 이 교수는 「환영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들의 공격적 글쓰기를 불편해하는 지식인들이 상당히 많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라고 물었다. 그는 특정한 매체에 글을 싣는 사람은 누구나 권력형 지식인이 된다는 「편견」을 이들이 가지고 있고 「많은 지식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을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제도권 흔들기는 사회의 변혁을 위해서임에도 불구하고 흔들기 자체가 목적으로 전도됨(이 교수는 아웃사이더를 「혼란을 피하기 위해 사회의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사람」으로 이해한다)으로써 본연의 의도가 퇴색한다고 썼다. 또 사람을 제도와 동일하게 여겨 비판해야 할 제도의 문제점을 오히려 불투명하게 만들고, 기득권과 비판세력 사이의 이원론적 전선만을 강조해 현대사회에 등장하는 다양한 가치와 세력의 의미를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좌와 우의 극단을 모두 비판하겠다는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그들의 글이 비판적 풍자라기보다 비야냥거림으로 읽힐 만큼 잘못되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직접 비판의 대상으로 거명되었던 아니든 이 교수 말대로 강준만, 김정란, 진중권씨 등의 글을 불편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더러 있던 터여서 이 글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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