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개도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2월 1-2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이 아시아 신흥개도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려론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 최대의 수입국인 미국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아시아 신흥개도국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미국내 실세금리의 상승에 따른 국제유동성의 부족으로 해외자본의 아시아 유입이 줄어들 것이라는게 우려론의 핵심.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엔 약세」 현상이 재연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대만을 비롯해 아시아 신흥개도국은 1996년과 1997년초에 겪었던 수출부진과 자본유입 감소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6월이후 3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4.75%에서 5.50%로 0.75% 포인트나 올렸던 FRB가 이번에 또다시 금리를 인상한다면 사실상 아시아 경제위기 이전보다 금리가 더 높아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세계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FRB가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 월가가 출렁일 경우 아시아 증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 낙관론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신흥개도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자본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들 나라의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수준도 매우 건전하다는게 낙관론의 근거.
국제금융연구소(IIF)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경제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5개 신흥개도국으로 유입될 민간자본이 올해 7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1998년과 1999년 이들 5개국에서 각각 364억달러와 37억달러의 민간자본이 유출됐던데 비하면 크게 개선된 숫자다. IIE는 또 경제위기로 인해 큰 폭으로 평가절하됐던 이들 나라의 통화가치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저평가된 상태여서 이들 5개국의 경상수지 흑자기조도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경제위기 직전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실수를 범했던 아시아 신흥개도국들이 이번에는 환율정책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예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도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린스펀의 말 FRB 의장 4기 연임을 앞둔 앨런 그린스펀은 26일 상원 금융위원회의 재선임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없이 『FRB의 가장 큰 목표는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2월 1-2일의 FOMC 회의에서 최소한 0.25%의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 최근 증시활황을 틈타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금리」라는 단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 결국 모든 표현이 금리인상 여부를 암시하는 그린스펀 특유의 화법에 비추어볼 때 금리인상을 감지하기에 충분한 말이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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