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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민주당 "해도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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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민주당 "해도 너무해…"

입력
200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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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혹·불쾌 청와대청와대는 27일 자민련이 사실상 공조파기를 치고 나오자, 당혹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표출하는 미묘한 분위기였다. 청와대는 『공조는 계속 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놓고는 있지만, 『자민련이 명분도, 근거도 없이 해도 너무 한다』는 반발 기류도 만만치않게 형성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증거도 없이 어떻게 청와대를 음모의 배후로 지목할 수 있느냐』면서 『밖에서 뺨 맞고 안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에 의해 「배후」로 지목된 김성재(金聖在)정책기획수석은 『나중에 자민련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청와대는 선거 전략상으로도 자민련의 「몽니」가 공동여당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민련이 음모론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면 충청권에서 어느정도 표를 결집하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패퇴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분석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한광옥 비서실장 남궁진 정무수석 등은 자민련 지도부를 다각도로 접촉, 설득을 벌였으나 양측의 한랭전선은 여전한 상황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자민련 몽니가 지긋지긋하니 차제에 결별을 각오하고 각각 뛰는 게 더 유리하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소수론에 그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 말 아끼는 박태준총리

시민단체의 공천반대 명단 발표후 자민련이 벌집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인데 비해 총리실은 의아스러울만큼 조용하다. 김종필 전총리 시절 청와대와 자민련 양쪽 눈치를 살피는데 익숙해진 비서실만 수시로 박태준 총리에게 동향보고서를 내고 눈치를 살피지만 박총리는 별 반응이 없다. 난감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까닭이다.

조영장 비서실장은 27일『박총리가 무슨 액션을 취할 수 있겠느냐. 이럴수록 더 행정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박총리는 취임후 정치와 관련해서는 작심한 듯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자민련의 격앙된 분위기로 봐 박총리의 당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하지만 정치논리만으로 공동정부가 파국을 맞는 등 국가의 뿌리 자체가 흔들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총리가 고심끝에 총리직을 수락한 것은 총리로서 국가를 위해 마지막 헌신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기때문』이라며 일각의 섣부른 당복귀 주장을 경계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애태우는 민주당

민주당은 27일 자민련이 사실상 「공조파기」를 선언한 데 대해 가급적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수습책 마련에 속을 태우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기본적인 인식은 자민련이 충청표의 결속을 위해 공동여당내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을 어느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것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동영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자민련이 화를 내는 것은 이해하나 그것이 양당 공조를 해치는 것으로 비화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열린 고위당직자 회의에서도 자민련과의 결별이 가져 올 위기상황에 대한 우려와 이를 막기위한 자민련과의 물밑 대화 방안이 심각하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 관계자는 『충청표의 이탈이 수도권에서 결코 득이 될 게 없고 당장 선거법 협상 국면에서도 자민련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서영훈 대표 및 이인제 선대위원장등이 신임인사차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를 예방, 「달래기」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미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을 위해 접촉을 시작했고 김옥두 사무총장은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 자민련 김현욱 총장과 공식·비공식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당 일각에선 시민단체가 제시한 명분 수용과 개혁표 결집을 위해 자민련과의 차별화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남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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