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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벤처기업들도 '나눔대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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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벤처기업들도 '나눔대열'에

입력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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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쓰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빌 게이츠에 대해서 상반되는 감정을 느낀다. 44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체크무늬 남방 위에 스웨터 차림을 즐기는 외모는 사업가 같지 않게 젊고 호감 간다. 「@생각의 속도」에 피력한 생각은 때로 발랄하고 때로 미래지향적이다. 『나쁜 소식을 애써 찾아내라』 『실패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등은 뜻밖에 개인도 경청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작업 중 갑자기 컴퓨터가 작동을 멈추면 버그 잘 먹는 윈도98을 내놓은 그가 밉살맞다. 올해 출시될 윈도2000은 완전할까 싶다. 더불어 그에게 쏟아지는 독과점 비난에 동조하고 싶어진다.미 연방정부와 19개 주정부가 그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해 승소한 사건에 박수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MS사는 그간 컴퓨터의 메인프레임까지는 아니어도, 운영체제는 윈도 시리즈로, 응용 소프트웨어는 엑셀이니 파워포인트로, 인터넷 비즈니스는 MSN이니 MSNBC로 장악해왔으니 우선 사업상의 적들이 박수칠 것은 뻔하다. 국내에서는 윈도 시리즈 가격 때문에 MS에 반감을 가진 상인들이 적지 않다.

감정없이 빌 게이츠를 분석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MIT대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은 그를 「게임의 명수」라고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기본이랄 수 있는 PC나 인터페이스를 만들지 않았지만 만든 기업들보다 그 중요성을 재빨리 간파, 그 토대 위에서 사업했으니 「명수」라는 것이다. 또 『돈은 벌려면 먼저 써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익스플로러는 무료로, 초기 윈도는 싼값으로 내놔, 누구나 쓰게 만든 뒤 이윽고 제값을 받기 시작한, 인터넷 新經濟원리의 첫 실천자라는 것이다.

논란 가운데 빌 게이츠가 여전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의 자선재단 설립과 연이은 거액의 기부금이다. 며칠 전의 기부로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gatesfoundations.org)은 자산 218억달러(33조7200억원)의 세계 1위규모의 재단이 되었다. 반독점소송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동기가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나 기부는 수년전부터 시작됐고 주력사업 내용은 『돈으로 인간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건강프로는 저개발국 어린이들을 위해 말라리아 소아마비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고 나눠주는 것이다. 교육프로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정보화교육, 소수민족대학생 지원, 수학 과학 공학 발전기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이 발전하고 주가가 치솟을수록 일반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 「데이빗과 루실 패커드 재단」(packfound.drg) 넷스케이프 창업주 등의 거액기부로 알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의 자선은 박애정신의 실현으로 보나 부의 사회환원을 통한 박탈감 해소로 보나 바람직했다. 우리의 10여개 벤처기업들도 재단을 만들고 비정치단체들을 후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 어느 소식보다 반갑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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