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6일 총재단·주요당직자회의와 당무회의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한 인구 상·하한선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했다.이총재는 이날 『선거구 획정위의 9만~35만명은 지역구 축소에 급급, 그 기준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적용됐을 뿐 아니라 표의 등가성 개선에도 크게 미흡한 안』이라며 『선거구획정위에 참여한 학계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평소의 주장을 뒤엎고 인구편차가 4대 1에 가까운 획정안을 내놓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또 『획정위안은 지나치게 인구대표에만 치중해 결과적으로 지역대표성을 크게 약화시키고 도시와 농촌간의 대표성에 큰 불균형을 초래했다』면서 『도시와 농촌간의 대표성 불균형의 위헌성에 관해선 이미 1995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도 판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총재의 획정위안 재심의 요구는 주장의 타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진퇴유곡의 상황에서 택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획정위안이 결정된 직후인 25일 저녁 총재단과 당3역 등을 불러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상당수 참석자들은 『총재가 기자회견(18일)에서 획정위 구성을 여권에 제의했고, 획정위안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언명해 놓고 이제와서 딴 이야기를 하게되면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된다』며 획정위안 수용을 진언했다고 한다.
이총재는 그럼에도 『한마디 이의제기 없이 획정위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당내 반발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고 판단, 일단 브레이크를 거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재심의를 강력히 요구하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하순봉(河舜鳳)총장의 이야기나, 『총재가 재심의를 요구하긴 했지만 그냥 가는 것 아니겠느냐』는 최병렬(崔秉烈)부총재의 언급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당내에는 『이총재가 획정위 구성 제의라는 자충수에 이어 연속 악수를 두고 있다. 획정위안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와서 재심의 운운하면 실익없이 욕만 먹게 된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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