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앙관청 컴퓨터에 해커가 잇따라 침입, 홈페이지를 엉망으로 만들자 관련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26일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전문가 30명을 동원, 역추적을 시작한 가운데 해커의 정체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과학기술청과 총무청 홈페이지에 이어 총무청 본부 컴퓨터와는 별개인 통계국 컴퓨터에도 해커가 침입, 국세 조사 자료를 모두 지워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중앙관청을 묶은 광역컴퓨터네트워크인 「가스미가세키 WAN」에 깔려있는 인사원 컴퓨터사이트에 대해서도 약 1만여건의 부정 접속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의 정체는 그동안의 예로 보아 오래지 않아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유력한 용의자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무성한 것은 중국인과 관련이 있으리라는 추측이다.
총무청 홈페이지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에 의한 1937년 난징 대학살은 30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낳은 문명사상 최악의 잔학행위이다. 일본 정부는 왜 역사적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가」라는 중국어 글귀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난징학살을 부인하는 일본 우익단체의 대규모 집회와 관련, 중국측의 반발이 커졌다는 점에서 유력한 관측이다.
그러나 과기청 홈페이지에 남은 흔적은 역사 인식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Brazil p00 hackerz」라는 표기와 「일본인은 꼬리를 감추고 달아나는 개」라는 욕이 적혀 있었고 포르노사이트에 접속되도록 한 장난기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우익단체의 역사 왜곡 움직임에 반발하는 일본 국내 진보파나 단순한 청소년들의 장난 등 복수의 관련자가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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