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지역이 25일 40~60㎝에 이르는 기습적인 폭설과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풍설(블리저드·blizzard)로 꽁꽁 얼어붙었다. 블리저드가 몰아친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뉴욕, 메인주 등지에는 공항이 폐쇄되고 학교가 문닫는 가하면 정전 등으로 일대 마비 현상이 빚어졌다. 피해가 큰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델라웨어 등 3개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이번 블리저드는 미 연방 정치·행정기능도 일시 정지시켰다. 수도 워싱턴에 폭설이 내리며 25만여명에 이르는 연방정부 직원들이 1996년이후 처음으로 휴무에 들어가고 상원 예산위원회는 이날 열 예정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한 재인준 청문회를 연기해야 했다.
또 시내교통이 완전히 마비돼 이날 국방부에서 열릴 중·미 군사회담에 참석할 중국 대표단이 지하철을 이용해 펜타곤으로 향하는 해프닝이 빚어졌고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새 사장으로 영입한 프로농구팀 워싱턴 위저즈의 홈 경기도 열리지 못했다.
한편 하루 650편의 국내·국제선 항공기가 운항하는 로널드레이건 공항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요 공항들이 폭설과 최대풍속 65㎞에 이르는 강풍으로 폐쇄됐고, 뉴욕과 보스턴, 리치먼드 등지의 공항들도 상당수가 폐쇄되거나 일부 가동돼 승객의 발이 묶이고 항공기의 연발착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77년만에 기록인 60㎝의 폭설로 가장 피해가 많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교통사고로 4명이 숨지고 24만여명이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해 난방, 취사 등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 북동부 지역 역시 지난 주말부터 계속된 눈폭풍으로 인해 각각 7만 가구와 1만2,000가구가 아직까지 전력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블리저드가 발생하면 전선이나 전주가 위에 쌓인 눈과 얼음의 무게를 못 버티고 끊어져 정전 피해가 큰 것이 특징이다.
한편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지방에서도 혹한이 몰아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지난 주말 9명이 엄습한 한파로 인해 숨지는 등 지난해 11월 이후 모두 143명이 한파로 목숨을 잃었다.
폴란드에서도 영하 30도를 밑도는 강추위 때문에 이번 겨울들어 123명이 동사했고 루마니아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폭풍우가 몰아쳐 지금까지 7명이 사망하고 동부 브란체아 지역이 완전 고립되고 61개 도시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모스크바 외신 = 종합
블리저드란
시계가 0.25마일(400㎙)에 못미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시속 35마일(56㎞) 이상의 강풍이 3시간이상 계속되는 상태.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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