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을 방문했던 츠하오톈(遲浩田) 중국 국방장관은 방한을 앞두고 7일 이례적으로 베이징(北京)의 한국 대사관저를 찾았다. 부인 지앙칭핑(江靑萍) 여사와 함께 방문, 한국 대사관저에서 주요 인사들과 만찬을 한 遲장관은 방한을 앞둔 소감을 피력했다.그는 관저를 들어서며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며 말문을 연뒤 1951년 한국전 참전에 관한 얘기로 이어갔다. 그는 『나는 당시 대만으로 가기위해 푸저우(福州)에 있었는데 상부의 명령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만주를 거쳐 한국전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어 『2주일 정도면 종전이 될 줄 알았으나 전장은 확대됐고 1년만 더 살아 다음 생일을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최대 희망이었다』고 치열했던 전황을 회고했다.
그리고 펑더후이(彭德懷) 당시 사령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조선 민가나 민간인에 피해를 주지않으려고 수수와 강냉이죽 등으로 연명했다는 고생담, 미군이 만주를 폭격해 어린이를 포함한 양민이 학살되는 등 중공군이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중국의 입장, 38도선에서 진격을 멈추려했으나 유엔군이 증파돼 남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정황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 방문의 목적이 100여일에 걸친 자신의 한국전 참전 경력에 대한 「사전 해명」작업으로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4박5일간의 한국 방문에서 遲장관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않고 있다. 자신이 50여년전에 보았던 「폐허의 한국」이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한 것에 충격을 받았을텐데 북한을 의식해서인지 직접 언급은 애써 회피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산 자동차의 행렬, 깨끗한 환경을 들어 한국에 대해 찬탄을 아끼지않았다고 중국측 관계자가 전했다.
遲부장은 방한중 날씨를 예로 들면서 김대중(金大中)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고 제주도에 갔을때는 『2000년초에 방문했으니 꿈속에서나마 3000년초에 다시 올 수 있을까』라며 『퇴직후 제주에 살고 싶은데 한국 정부가 호구(주민등록증)를 내주겠느냐』는 농담을 했다.
遲국방은 한국을 떠나면서 『이제 한중간의 장애는 없다』며 『군사교류도 단지 늦고 빠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점진적으로 진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측은 공식적으로 그의 방한을 「한국전쟁에 대한 화해 노력」과 결부시키지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에서 적군으로 참전했던 사람이 이제 21세기에 들어서 군사교류의 의미를 역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실질적인 화해의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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