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개(가위), 정구지(부추), 할배(할아버지), 욕본다(수고한다)」교단에서 정년 퇴임한 한글학자 조홍제(趙弘濟·75·울산 남구 신정4동)씨가 20여년간의 각고 끝에 울산지역의 방언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내 화제다.
한글학회 회원인 그는 92년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때까지 40여년 동안 일선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그러면서 고향인 울산 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헌이 없다는 사실을 늘 안타깝게 여겼다.
『울산은 60~70년대 공업단지 지정 이후 외부인구의 급속한 유입으로 정체성이 소멸되고 있습니다. 말이 더 훼손되기 전에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정체성 회복의 첩경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조씨의 「말 찾기」는 70년대말부터 20년동안 계속됐고, 휴일마다 잃어버린 방언을 찾기 위해 각 마을의 노인들을 일일이 만났다.
울산과 다른 지방의 방언 차이를 찾기 위해 문헌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정년퇴임 후에도 자료수집과 연구를 계속했다.
그는 울산 방언에 대해 『신라 말 갈래인 울산 방언은 낱소리가 적고 무뚝뚝하고 딱딱해 투박한 특징이 있지만 부산 말인 「심니더」를 「심더」라고 부르는 것 처럼 꾸밈이 적고 축약을 많이해 경제적인 언어』라고 말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죽기 전에 마무리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는 그는 『충분한 고증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후학들이 미진한 부분을 채워주길 바란다』며 겸손의 말을 잊지 않았다.
신국판 440쪽 분량인 「울산방언(도서출판 제일)」은 울산방언의 형성, 소리, 낱말 등 다섯 부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록으로 울산방언 7,600여개가 해설과 함께 가나다순으로 정리돼 있다.(052)266-4308/
울산=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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