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느림展'정보혁명의 빠른 속도에 무기력함을 느끼는가? 「빠른 속도」에 대한 거부감은 나만 겪고 있는 고통의 증세는 아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28일부터 시작되는 「느림」전은 빠른 것만이 최선의 가치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참으로 반가운 전시회이다.
『몇년전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읽으며 지난 시절 근대화의 과제 앞에서 우리가 너무 앞만 보며 달려온 것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나의 속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지금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벌이고 있는 작업이 아닐까요』
전시회를 기획한 부관장 김선정씨는 우리의 원래 속도는 「산보」 「소요(逍遙)」에서 유추할 수 있는 「느림」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과 서양의 속도 개념은 다를 것이라는 자각 속에 김수자 김영진 박홍천 배병우 육근병 이불 최정화씨 등 7명의 젊은 작가가 펼치는 느림의 미학이다.
조각천을 모아 바느질을 하고 따리를 만들어 온 김수자씨는 그 보따리들을 트럭에 싣고 산보를 떠나는 작업을, 김영진은 자신이 고안해낸 장치를 이용해 액체(글리세린)속을 유영하는 텍스트(글자)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시간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박홍천은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들은 사라지고, 느리게 움직이거나 혹은 정지해있는 사물들만 남게 되는 사진작업을 통해 정지와 움직임의 관계를, 배병우는 한민족의 역사성이 투영된 소나무 사진으로, 육근병은 새벽이 밝아오는 실제시간을 영상에 담아낸 비디오작업을 각각 선보인다.
이불은 애니메이션에서 차용한 사이보그의 이미지를 통해 테크놀로지의 빠른 발전을 삐딱하게 풍자하고, 최정화는 누워있는 로봇 풍선과 속도의 빠름을 경고하는 모형경찰관을 통해 산업화, 현대화 속에서 빠름만을 추구해왔던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1998년과 1999년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미술관과 시드니 뉴사우스 웨일즈 미술관에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던 전시회이기도 하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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