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자민련이 음모론을 제기하며 공동정부 철수론까지 들고나오자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명분상으로는 시민단체의 공천반대 흐름을 타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현실상 자민련의 격앙된 기류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가자니 자민련이 걸리고,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다』는 한 고위관계자의 언급처럼 청와대는 딜레마에 처해 있지만 일단 자민련과의 공조라는 정치현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현 시점에서는 공동정부의 축이 흔들려서는 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상황판단이 서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날 오후들어 자민련이 『청와대와 시민단체의 커넥션이 6개월이나 준비됐다』며 선거법 협상에서의 공조 배제, 연합공천 배제, 박태준(朴泰俊)총리의 철수 검토 등까지 치고 나오자 청와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봉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 등은 자민련 당직자들과 접촉, 『양당 공조는 이번 사태와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자민련이 제기하는 음모설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도 아닌 곡해로 공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청와대가 시민단체에 영향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행사할 수도 없다는 게 상식인데, 자민련이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자민련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달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가 퇴출대상에 포함된 대목에서 청와대는 시민단체를 향해 강한 비판을 던지는 방식으로 자민련에 성의를 표시했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들은 『시민단체의 사려깊지 못한 결정으로 낙천운동 자체의 탄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했다. 남궁진수석은 『김명예총재의 거취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며 『김명예총재는 정권교체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총리로서 경제위기 극복과 개혁의 최고사령탑으로 많은 일을 했다』고 엄호했다.
청와대는 자민련의 공동정부 철수론을 시민단체 파장을 벗어나려는 「승부수」로 보고 있지만, 『설마가 실제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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