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간에 벤처지원정책을 둘러싼 밥그릇싸움이 눈살을 지푸리게 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 때마다 업무관할권을 놓고 티격태격해 온 두 부처의 갈등은 2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재계인사, 벤처업계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천년 벤처인과의 만남」 행사에서 또다시 표출됐다.산자부와 정통부는 이날 행사에서 벤처육성방안과 관련하여 숫자 부풀리기와 정책베끼기 경쟁을 벌였다는 게 벤처인들의 중론이다. 김영호(金泳鎬) 산자부장관은 1조원의 벤처투자자금조성, 미국 실리콘밸리에 한국벤처지원센터 설립, 2005년까지 100개 벤처기업의 나스닥상장등의 청사진을 밝혔다.
남궁석(南宮晳) 정통부장관도 산자부가 1조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자 정보통신전문투자조합재원을 2,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늘리고, 2002년까지 20개 소프트웨어업체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고 응수했다. 벤처육성방안이 붕어빵 찍듯 비슷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두부처는 『타부처가 우리 정책아이디어를 베꼈다』며 「네탓」만을 연발하고 있다. 이날 행사의 빅이벤트였던 「서울벤처밸리」 명명식이 무산된 것도 대표적인 부처이기주의라는 비판이다.
산자부는 테헤란로 일대가 정보통신외에 생명공학, 패션업체들이 몰려있다며 「서울벤처밸리」로 바꾸자고 주장한 반면 정통부는 『잡탕식 거리이름은 곤란하다』면서 인터넷 정보통신이미지가 강한 「디지털 밸리」로 고치자고 맞선 것. 한 벤처기업은 『테헤란밸리가 아리랑밸리건 막걸리밸리건 중요하지 않다』면서 『두부처가 벤처기업에 대한 내실있는 지원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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