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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황당함'을 보여드립니다

입력
200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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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정말 무료할 때 시간 때우기로 이 드라마를 보게 된다. 하지만 보다보면 「아, 내가 도대체 왜 이걸 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적이 없다.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유치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천리안 아이디 APAP988)황당함이 지속되면 기괴함을 낳는다. SBS 「맛을 보여드립니다」(연출 문정수, 극본 서영명)가 어이없는 코믹극을 넘어 「괴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TV 드라마 사상 최고의 황당한 드라마로 기록되지 않을까.

지난해 9월 첫방송된 후 설득력 없는 상황설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개, 말도 안되는 극적 구성, 비현실적인 캐릭터, 과장된 연기 등을 줄기차게 선보여 끊임없이 시청자들로부터 경멸적인 비웃음만 샀던 「맛괴담」. 관상용 비단잉어로 생선찜을 만들고, 술국을 만들라고 했더니 정말 술로 국을 만드는 등 미남(강성연)의 어이없는 해프닝과, 미남을 골려준다고 미남의 돈을 훔치는 등 괴상한 가정부(이경희)의 기이한 행동, 툭하면 『아~』하며 기절하는 시어머니(정영숙)의 고상한 몸짓. 이 「황당트리오」의 갈등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 또다른 「황당폭탄」을 연속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느닷없는 업동이 해프닝이 펼쳐지고, 또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눈물짜내기 사건이 벌어졌다. 이 드라마에 전혀 걸맞지 않게 내내 진지한 연기만 하던 셋째딸 혜남(이혜영), 연우(허준호) 커플. 그 진지함이 이 드라마 상에서 또 얼마나 어이없었는지는 둘째 치고, 췌장암에 걸린 연우가 결국 교통사고를 가장한 자살까지 한다.

연우의 어린 아들이 절에서 불상을 볼 때 불상과 연우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죽음조차 희화화하는 이 장면이 황당함의 압권인줄 알았더니 24일 방영분에서는 또다른 폭탄을 준비했다. 그토록 무능한 첫째 사위 진수(정재환)의 아버지가 알고보니 국회의원이라는 것. 말이 안나온다.

더 큰 문제는 딴 데 있다. 한국 여성 민우회의 지적대로 이 드라마는 『가부장적 권위 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웃음꺼리로 전락하게 만들고, 황당 이벤트에 굶주린 현대인의 정신적 피페함을 절감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TV는 무서운 습관을 낳는다. 지속적인 황담함은 처음에 어이없다가 자꾸 보다보면 익숙해져버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제작진은 더 큰 자극을 찾으러 앞뒤 없이 돌진하고, 그런 악순환 속에서 어느 순간 우리는 마비된 의식과 감성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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