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42명 전원탈퇴.삼성 불참선언21일 출범한 프로야구선수협의회(회장 송진우)가 난파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의 주장 김기태는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수전원이 협의회에 불참키로 선언한데 이어 전날 가입원서에 서명했던 현대선수 42명 전원도 탈퇴서에 서명하고 선수협의회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23일 현대와 롯데선수들의 가세로 세불리기에 나섰던 선수협의회는 출범 3일만에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24일 현재 선수협의회에 가입한 선수는 74명(KBO집계)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선수들의 불참과 현대선수들의 탈퇴선언으로 선수협의회는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선수단을 대표한 김기태와 이승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순한 의도를 가진 기획단에 의해 움직이는 선수협의회에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또 『우리 팀 선수전원이 선수협의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입하면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수 밖에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고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주장으로서도 가입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선수들은 경기 원당에 있는 숙소에서 모임을 갖고 『협의회가 당초 선수들이 생각한 순수 프로야구인만의 친목단체가 아니고 프로야구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가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선수들은 이날 오후 숙소로 집결해 강명구사장 등 구단측 인사들의 집요한 설득을 받고 협의회 탈퇴쪽으로 의견을 결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BO는 이날 사장단 긴급모임을 갖고 『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은 절대다수의 선수들로 올 시즌을 운영하되 선수 대부분이 협의회에 가입, 출전이 불가능한 팀은 제외하고 시즌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군만으로 시즌을 치르겠다는 강경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사장단은 또 『제3세력이 개입된 협의회는 인정할 수 없다』며 『그러나 협의회를 해체하고 제3세력을 배제시킨 상태라면 각 구간 선수대표로 구성된 단체와 정례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선수협의회는 『일부 구단의 불참과 탈퇴선언에도 불구하고 협의회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정연석·정진황기자
*"뒤에서 조종하는 느낌 기획단 순수성 의심"
■ 김기태.이승엽.이호성 기자회견
22일 출범한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에서 삼성과 현대등 프로야구를 이끌어온 양축이 협의회를 탈퇴함에 따라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선수협의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의 주장 김기태와 이승엽은 이날 야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협의회 기획단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있고 많은 선수들의 희생이 불보듯 뻔한 이 상황에서 협의회 가입을 하지 않기로 선수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과 해태의 주장인 김기태와 이호성은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SM1과 새천년민주당 정책자문위원인 권시형씨의 개입으로 협의회구성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음은 물론 순수성에 의심이 간다고 주장, 제3세력설을 뒷받침했다.
김기태는 『권시형씨가 선수대표들과 KBO총장과의 면담도 하지말도록 반대하는 등 마치 뒤에서 조종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기획단의 목적이 협의회를 위한 것인지 에이전트를 위해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해태 이호성은 『협의회가 해태선수 42명이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주장인 나도 알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사실을 기획단에 여러 차례 항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절차상 하자를 주장했다. 특히 이호성은 『권시형씨와 SM1의 박영욱씨가 신인들의 연봉상한선을 없애고 프로연봉을 3배이상 올려 주겠다며 협의회 가입을 설득해 이들의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들의 농간에 선수들이 놀아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협의회와 권시형씨는 『선수협의회 창립은 선수의 자립적 의사에 따른 것이며 행정적 뒷받침을 위해 기획단은 순수 자문을 해 주었을 뿐』이라며 『만약 KBO가 선수협의회의 실체를 인정한다면 기획단은 협의회와 일체의 관계를 끊을 용의가 있다』고 배후조종설을 강력 부인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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