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을 들고 나서는 날이면 대학때 들은 농담이 생각난다. 『악기 든 여학생 보면 악기 들어주고 싶지만 책 든 여학생 보면 무거운 책 한 권 더 얹어주고 싶더라』 공부한답시고 다니는 여학생들 보기 싫다는 말이었을 것이다.「여성운동」이라는 말이 남성들에게도 꽤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직 『무슨 여자가 그래?』 『여자가 뭘?』하는 말이 예사로 오간다. 여자가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기도 한다. 많은 여성들은 아무리 바빠도 엘리베이터에서 남자들을 앞질러 내리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 된다고 배웠고 혹 던져질지 모르는 『여자가 재수없게…』라는 말 때문이다.
제대군인 공무원채용시험 가산제도 위헌결정에 따른 가산점 페지로 여교사비율이 너무 높아져 큰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산점을 인정하지 않은 중등교원 임용고시결과 1차 합격자중 남자의 합격률이 20%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기폭제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이런 걱정을 하는 임용고시 남자준비생, 남교사의 글들이 올라 있다. 어떤 언론은 「선생님 女超 심화」라며 교단의 성비가 현재도 위험수위인데 교육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그런 글들을 모아 허풍이다.
여고사가 남교사보다 많으면 위험할까. 걱정할 일일까. 주위 학부모들 대답은 『아이들이 여성화하겠지요』 『체육시간, 수학여행, 극기훈련때 안전이 문제 안 될까요』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남자담임도 거치기를 바랬었다. 훌륭한 남자선생님을 통해 이상적인 남자 역할모델(role model)을 보며 자라기를 원했다.
교사의 성별이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운동회날 부모가 와주지 않은 아이와 점심을 함께 먹는 교사, 수업준비가 철저한 교사와 아이들의 인격조차 부숴버리는 말을 함부로 하는 교사, 스승의 날 선물 가져온 아이들에게 박수치게 하는 교사의 구분과 성별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섬세하기가 여자보다 더한 남교사도 보았고 씩씩하기가 남자보다 더한 여교사도 보았다.
여교사수가 남교사수보다 많은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1995년 미국의 모든 학교 여교사비율은 대학을 포함해 72.9%였다. 1920년대에 미국은 이미 초등교 여교사가 89%를 넘었다. 지난 해 우리의 고교 여교사 비율은 27.2%지만 몇년 전 60%를 넘어선 나라가 4개국이나 된다. 여교사가 많아 큰일이라는 주장은 과거 남교사가 많아 큰일이었다는 것과 같이 웃음거리다.
나지도 않은 큰일을 두고 걱정할 게 아니라 교사들의 발전을 위해 정부는 무슨 일을 하는가 살피는 것이 생산적이다. 미교육부(ed.gov)는 올해 「교사의 질을 위한 회의」를 연다. 교사들의 인적 특성과 직업관, 가르치는 환경을 연구한 사례보고(ed.gov/pubs/USCaseStudy)도 싣고 있다. 우리 교육부 여성정책담당관실(moe.go.kr)은 여교사 발전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시범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금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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