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이 2002년 5월 강서구로 이전돼 제2의 가락농수산물시장으로 거듭난다.서울시는 23일 『강서구 외발산동에 건설중인 서남권농수산물 도매시장에 영등포 청과시장을 이전·입주시키로 했다』며 『설계변경등으로 당초 일정보다 1년이 늦은 2002년 5월 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재래시장의 유통질서를 현대화하고, 영등포 부도심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30여년간 명맥을 이어 온 청과시장을 통째로 옮긴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현대식 공영 도매시장의 경매제를 꺼리는 데다, 소매상인들은 이전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청과시장과 새 입지: 영등포로터리에서 목동 오목교방향 도로 양편의 영등포동 1,4가와 문래동 일대 6,000여평 부지에 1960년대말과 70년대에 조성된 농협 영등포공판장과 조광·영일시장을 통틀어 말한다. 도매점포 843개와 소매상인 5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시는 이 시장의 이전을 위해 2,000억원을 들여 강서구 외발산동 96일대 4만4,474평의 부지를 마련, 2층짜리 점포 192개와 경매장, 1,82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 등을 짓고있다. 또 최근 2만여평을 추가로 확보해 점포수를 30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영등포 시장이 이전되면 기존 부지는 영등포부도심권 정비 기본계획과 연계해 개발하되, 영등포 농협공판장에는 소매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농협 하나로 트가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점과 대책:이전의 관건은 상인들의 호응문제. 산지에서 올라온 청과물을 수의계약으로 개인 위탁받아 팔아온 재래시장의 도매상인들은 경매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경매제와 도매상제(일명 개인위탁제)을 모두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입주할 점포수가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다. 도매상은 830여명인데 입주할 점포는 많아야 300여곳에 불과, 2∼3명이 점포를 같이 써야할 형편이어서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 또 소매상들은 도매상만 이전시킨다는 시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물건을 공급받을 도매상이 없어지는 데다, 영등포시장에 소매위주의 농협 하나로마트가 들어서면 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경매제 시행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도매상인들에게 법정 중도매인 자격을 부여하고, 관리비를 제외하고 무료로 입주시킨다는 점을 설득, 호응을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또 도매상 대부분이 5톤미만의 소규모인 점을 감안, 경제성을 위해 사무실을 공동 사용토록 하고, 소매상인들을 직원으로 고용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이전계획을 본격 추진, 내년에 이전 대상자를 선별하고 법인 설립과 중도매인 허가를 마친 뒤 민간 도매법인 2곳을 설립, 시장의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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