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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시장 '불안' 잠재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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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시장 '불안' 잠재워야

입력
200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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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이 왠지 불안하다. 올들어 시장실세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심하게 요동치는 와중에서 대형업체인 나라종금이 유동성 부족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최근 금융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확산되어온 불안심리가 전혀 근거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불길한 징후가 아닌지 염려스럽다.나라종금 사태는 과거 대우에 자금을 빌려줬던 것이 끝내 부실로 이어져 터진 결과라고 한다. 정부당국이 지난해 대우사태 해결조치를 취하면서 『시장의 불안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것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국자들의 주장과 달리 아직도 금융시장 전반에 예측불허의 위험한 복병들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정부당국은 이번 나라종금의 처리가 금융시장 안정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조만간 제2, 제3의 나라종금이 속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퍼지는 양상이다. 정부 조치에 시장의 참여자들이 역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시장은 항상 정부보다 앞서 움직인다는 사실은 이번 나라종금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주식시장등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종금 부도설등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 나라종금의 예금인출 사태를 더욱 부추겼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장관리 책임자인 정부로서는 진작 효과적인 대처를 했어야 옳다.

물론 한계에 처한 특정 금융기관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에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때로는 행정제재라는 물리력의 발동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나라종금을 둘러싼 그간의 경과를 되짚어 보면 보다 매끄럽게 사태를 유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유동성 흐름을 강화하는 등 솔직하고 투명하게 조기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대우에의 자금중개와 관련해 나라종금과 국영기관인 대한투자간에 소송까지 벌어지도록 방치한 조정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로 혹시라도 증폭될지 모르는 시장참여자들의 동요가 내달로 예정된 대우채권 환매 확대와 맞물려 일시에 폭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2차 구조조정과 금리· 환율정책 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방침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는 것만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없애는 최선책이다. 땜질식 미봉책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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