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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이 몰려온다… 車산업 '격전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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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이 몰려온다… 車산업 '격전전야'

입력
200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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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의 빅뱅(Big Bang·대폭발)이 시작됐다.정부는 98년부터 현대군(현대차·기아차)과 대우군(대우차, 쌍용차, 삼성차)의 「자동차산업 2원화정책」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7월 대우그룹 좌초 이후 세계 거대기업인 GM, 포드, 르노가 대우차, 쌍용차, 삼성차를 인수하는 구도로 급속히 개편되고 있다.

현재의 진행 추세로는 금명간 현대차와 기아차가 GM 또는 포드, 르노 등 초대형기업들과 정면대결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본격 시작된 것은 67년 현대자동차가 포드의 「코로나」를 조립 생산하면서부터. 자동차산업 30여년만에 최대 격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정부가 대우·쌍용·삼성차를 해외매각키로 한 방침에 대해 학계와 업계에서는 아직도 비판 여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이 자동차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산업전반에 대한 고려없이 자동차 회사들을 서둘러 팔아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수출 기여도는 전체 수출의 10%선, 차부품산업까지 포함한 고용 인력은 167만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전자, 화학, 철강 등 관련산업까지 포함하면 자동차산업의 파급효과는 산술적 계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게 학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자동차업계 부실의 악순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외 「경쟁입찰」에 부쳐 올 상반기 중 매각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대우차·쌍용차·삼성차 매각 추진현황

대우차 인수전에는 GM·포드·현대가 뛰고 있다. GM은 선점효과를 내세우고 있으며 포드와 현대는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GM은 아시아권역의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며 이에 따라 대우차 인수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포드 역시 최근 이사회에서 대우차 인수전 참여를 결의한 이후 대우차·쌍용차 일괄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포드-현대의 전략적제휴도 관심사다. 현대차는 대우차의 폴란드공장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와 현대는 대우차 입찰과 관련 물밑협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표면화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또 최근에는 중소기업계와 효성 등 중견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차는 르노 인수가 확실시된다. 르노는 삼성차 뿐만 아니라 대우 상용차도 인수한다는 전략 아래 본격 실사를 벌이고 있으며 곧 가격문제 등을 놓고 채권단과 협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시나리오1: 한국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

현재 예상대로 대우차·쌍용차가 GM이나 포드에, 삼성차가 르노에 매각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은 토종(현대차·기아차) 대 다국적기업간 맞대결 구도로 바뀌게 된다.

이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가 외국자동차 회사들과 직접 경쟁을 펼치면서 기술력, 마케팅력이 향상돼 결과적으로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자동차산업이 「온실 속의 난초」처럼 정부의 보호막 아래 성장해왔으나 어차피 「개방」이 피할 수 없는 추세인 이상 이같은 환경을 적극 수용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시나리오2: 한국자동차산업 피폐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간 수학풀이 대결이다」. 대우차 등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이제 겨우 발전단계에 접어들었는데 너무 일찍 해외에 개방함으로써 자칫 차산업 전체가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업체들이 대우차, 쌍용차, 삼성차를 인수할 경우 우수한 경영기업에다

본국의 자동차설계를 그대로 들여옴으로써 생산비를 대폭 낮추고 싼 금리의 소비자금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고 결국 또 다른 외국회사에 먹힐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자동차 4사 노조는 대량 해고 등 가능성을 들어 반대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오규창(吳圭昌)수석연구원은 『해외 대형 자동차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기존 기업들의 경영악화는 불보듯 확연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입찰 때 어느 정도는 업계와 학계가 제기하는 우려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외국업체 약속 믿을만한가?

『외국업체들에게는 한국자동차 산업은 아랑곳 없고 오직 경영이익만 있을 뿐이다』

대우차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해외 업체들은 국내의 긍정적 여론 조성을 위해 다양한 인수 조건을 내놓으며 한국 자동차산업 선진화 등 각종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인수가격이나 조건 등이 맞지 않거나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언제든지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 자동차 업계나 학계 등은 대우차의 해외매각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해외업체가 단독 인수할 경우 부품산업 붕괴와 고용불안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차에 대해 가장 장미빛 청사진을 내놓은 업체는 GM. GM은 대우차 인수 후 대우차를 중소형차 세계본부로 육성해 부품업체 및 고용을 유지하고, 기업 상장을 통해 대우차를 「한국 국민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포드도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 『일단 인수하고 나면 대우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대우차를 전세계에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 및 국민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포드는 특히 GM보다 인수전에 늦게 뛰어든 점을 감안, 당장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제시하기 보다는 포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계는 GM이 다른 나라에서 벌여온 해외사업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이런 약속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GM의 해외사업 문제점」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GM은 해외공장을 인수한 후 단순 하청생산기지화하고 과감한 인원감축을 하거나 사업을 철수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차 노조도 이런 점을 우려, GM 등 해외업체에 매각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GM은 지난 90년 스웨덴 샤브 지분을 인수한 후 고용규모를 1만7,000명에서 절반이하로 줄였다. 아르헨티나에 진출했을 때는 현지 경제사정이 악화돼 자동차산업이 붕괴위기에 처하자 78년 철수했다가 경기가 회복될 경향을 보이자 다시 생산을 개시하기도 했다. 또 멕시코에서 사업을 벌여온 GM은 94년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가입한 후 자동차생산을 크게 늘렸으나 80%를 미국으로 수출, 생산하청기지화하고 있다고 현대차는 지적했다.

GM은 1972년 대우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와 합작으로 한국에 진출했으나 기술발전이나 부품산업발전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계안(李啓安) 사장은 『GM은 그동안 대우와의 합작에서 기술이전은 하지 않으면서 과다한 경영지도료와 로열티, 시장가격 이상의 부품사용료 등으로 대우차 부실의 원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GM이 장기적 발전전략 없이 50%의 지분을 바탕으로 대우의 경영확장을 막고 새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 대우가 위기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대우는 86년부터 5년간 르망 이외의 신모델 개발이 전무했으며 90년 10월에야 에스페로라는 고유모델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대우차를 서둘러 헐값에 매각하기 보다는 해외인수 업체의 장기적인 대우차 발전 전략과 투자계획, 경영 방향 등을 면밀히 따지고 고용안정과 부품산업 육성 등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특별기고] 경쟁위해 독점막되 고용효과는 지켜야

최근 삼성자동차는 르노 인수로 매듭을 지어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대우자동차 문제는 GM이 단독인수 협상기간 내에 결정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더욱 복잡해지고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가변적일수록 우리는 부동의 원칙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첫번째로 「독점 방지의 원칙」을 들 수 있다. 경쟁자가 없는 기업은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도 1사체제로 된다면 독점의 폐해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다만 기존 국내 자동차회사가 해외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허용돼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고용창출의 원칙이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국내 총 취업인구의 7%가 자동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조립업자(메이커) 뿐만 아니라 이들에 딸린 수만개의 연관 중소 부품업체로 구성돼 있다. 또 자동차를 유통하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정비, 보험, 영업조직 등이 무수히 많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단계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산업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들이 자동차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이와 대등한 고용효과를 창출할만한 대체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크라이슬러를 부도 위기에서 정부 대출로 구출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를 일시적으로 국유화했고 독일의 남작센 주정부는 폴크스바겐사의 대주주이다. 이 회사는 준공기업(quasi-public company)이라고 볼 수 있다. 하이테크산업이나 금융산업은 화려하기는 하되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에 이들 선진국 정부들이 상대적으로 평범하지만 고용량이 많은 자동차산업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두가지 원칙을 다 충족시키는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얼핏 보기에 두 원칙은 상호 배타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민과 정부가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이 양대 원칙을 토대로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최적의 결론을 도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우진 /서울대교수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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