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법개혁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18일 사회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단계 사법개혁안을 심의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의 개최를 연기하라고 리오넬 조스팽 총리에게 지시했다. 24일로 예정된 양원 합동회의에서는 혁신적 사법개혁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사법개혁은 사회당 정부가 「주35시간 노동제」와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중에서도 핵심. 차기 총리의 물망에 오르내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엘리자베스 기구 법무장관은 정치생명을 걸고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등 개혁안 통과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사법개혁안은 법원 검찰의 독립성 강화와 판·검사의 윤리 및 책임 강조, 소송당사자의 불만처리제도 도입으로 요약된다. 개혁안은 일선 검사가 정치권이나 검찰 간부의 눈치를 보지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도록 평검사의 인사권을 법무장관에서 최고사법평의회(CSM)로 이관했다.
또 법관에게 재판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소송당사자의 담당 사법관에 대한 불만처리를 전담할 독립적 성격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법관이 현직에 있을때 담당했던 사건과 관계있는 민간기업에 취업을 금지하는 등 판·검사의 윤리도 대폭 강화했다.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헌법개정이 필수적이고 양원 합동회의에서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파연합의 반대가 워낙 강해 헌법개정안이 통과되지않을 조짐이 보이면서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사회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안이 대통령을 배출한 우파연합의 반대로 무산되는 볼썽사나운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 것.
급기야 시라크 대통령이 나서 대통령 특권으로 상·하원 합동회의의 연기를 결정, 급한 불을 껐다. 조스팽 총리는 개혁안의 심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사법개혁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심의가 재개될지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든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의 저항은 있기 마련이지만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프랑스의 집권 사회당 정부와 보수연합의 힘겨루기는 동거정부의 「보혁(保革)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