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스타일과 디자인의 시대」미국 디트로이트에서 23일 막을 내린 「2000 북미 국제 오토쇼(NAIAS)」에서는 미래 자동차가 기계적 성능보다는 섹시한 스타일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가 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새 천년을 질주할 첨단 차가 모두 모인 최대 규모의 모터쇼 답게 다양한 컨셉카와 변형차들이 부스를 채웠고 속도나 파워보다는 편안함과 멋을 자랑하는 자동차들이 대거 등장했다.
「트럭을 타고 파티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픽업트럭이 승용세단 스타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가하면, 스포츠유틸러티 차량(SUV)은 근육질의 남성같은 우람함을 자랑하고 날렵한 스포츠카는 여성적 이미지를 풍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기술진보가 정점에 이르면서 스타일과 디자인이 마케팅을 좌우하고 인기차를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컨셉 미니밴 「GT크루저」와 2001년형 「타운 앤 컨터리」등 스타일을 바꾸고 앞과 옆모습을 새로 디자인한 밴 시리즈를 내놓았다. 도요타가 미국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새 스포츠유틸러티차량(SUV)인 「세쿠이아」는 랜드크루저를 대체하는 대형 SUV로 관심을 끌었다. 폴크스바겐의 「AAC」와 포드의 「F-150 슈퍼크루」는 픽업 트럭의 짐칸을 줄이고 승용세단 스타일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경향을 보여준다.
모터쇼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1세기 스포츠카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로드스터 「SLA」. 벤츠의 소형차 A클라스를 기본으로 2인승 경량차인 SLA는 4기통 125마력의 엔진을 얹어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7.8초 걸린다. BMW의 새로운 3시리즈 컨버터블(지붕이 열리는 오픈카)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몰렸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또 21세기에는 달리는 차 안에서 인터넷 정보검색과 웹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동차의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루 24시간씩 일주일(7일)동안 사용해도 전혀 지겹지 않은 차」라는 뜻의 포드 「24.7」은 차 안에 컴퓨터와 무선 인터넷이 설치돼 운행 중에도 쇼핑, 금융 등 모든 업무가 가능하고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 주문에 따라 계기판과 음향 좌석조정등이 자동 설정된다. 잭 나세르 포드사장은 『자동차는 점차 「바퀴를 단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다』고 예측했다.
디트로이트=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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