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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앙숙'털고 새천년 동반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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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앙숙'털고 새천년 동반자로

입력
2000.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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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그리스가 손을 맞잡고 수백년간의 원수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본격적인 계기는 지난해 8-9월 두 나라를 덮쳤던 강진. 자연의 대재앙 앞에 두 앙숙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서로를 도왔고 이러한 「지진외교」는 새천년으로 이어져 마침내 「밀레니엄 화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먼저 손을 내민 쪽은 그리스. 터키를 방문한 요르고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외무장관은 20일 이스마일 젬 터키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그리스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필요한 법·행정적 절차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등 EU 가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 외무장관은 또 테러에 대한 공동대처, 투자보호, 환경, 관광 등 4개 분야의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은 이와 함께 2008년 유럽축구 챔피언십을 공동유치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기기간중 터키가 문화행사를 갖는 문제도 협의했다.

터키는 양국이 군대 규모를 줄이고 에게해에서의 군사훈련을 줄이는 등 군사적 유대 방안을 검토하는 실무그룹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뷜렌트 에제비트 터키 총리는 코스타스 시미티스 그리스 총리가 터키를 방문해주도록 초청했으며 다음달에는 젬 장관이 그리스를 방문, 상호신뢰 구축을 위한 추가 사안에 관해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리스 외무장관이 터키를 방문한 것은 38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며, 양국은 특히 2004년까지 영토분쟁을 해결하지못할 경우 국제적인 중재노력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16세기 오스만투르크 시대 이래 키프로스 섬과 에게해에 대한 영유권 분쟁으로 심한 갈등을 겪어왔으며 1974년 이후 각각 키프로스 남북을 차지한채 3차례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양국의 이런 화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여전히 터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며 터키가 사형선고를 내린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의 사형집행에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의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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