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자동차 경매사」 이름만 들으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다소 생소한 직업이다. 「경매」하면 흔히 고가(高價)의 미술품·골동품 등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이현구(李賢九·30·사진)씨의 고유 업무는 출고된 지 수개월∼수년이 지난 중고차를 상품으로 놓고 가격경쟁을 붙이는 일이다.『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중간적인 입장에서 상품이 매매되도록 조율하는 일이 경매사의 업무입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거나 반대로 너무 낮은 금액으로 계약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지요』
이씨의 일터는 경기 광명시 하안동에 위치한 한국자동차 경매장. 1994년 자동차 경매로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이래 중고차 경매로는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 그간 전국에서 단독으로 운용되다 이달초 부산에서 2호 경매장이 개장했다.
『1주일간 반입된 차량을 놓고 매주 토요일마다 경매가 이뤄집니다. 한대당 30초에 불과한 안내방송을 한 뒤 가격대를 제시하면 60여명의 참가회원들이 응찰에 나서게 되는데 회원들이 5만원 단위로 표찰을 들기 때문에 한눈에 전 경매장을 응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경매절차는 차주가 매매차량을 등록시키면 경매장 검사원들이 사고부위나 엔진상태 등을 총점검해 적정가격과 별표 등급을 매기게 된다. 경매당일 오전에는 전 차량에 대한 성능 테스트가 실시돼 대부분 경매 참가회원들이 이때 구매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참가회원들은 경매장에 등록된 중고차업자들이 대부분이고 일반인들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유선방송 리빙TV에 방영되는 「TV중고차시장」을 통해 경매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한번은 100만원부터 시작한 차량이 결국 2,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습니다. 5만원단위의 표찰이 380번을 오르내리다 낙찰된 것이죠. 경매되는 중고차량은 적정 가격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보통인데 매우 드물게 이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루 매매되는 대수는 대략 200여대. IMF를 거치며 소형차종이 인기를 끌다 최근 들어 중·대형으로 인기차종이 옮아가는 상태다. 승용차가 70%에 달하며 외제 수입차도 5∼6%정도 거래되고 있다. 경매대상의 낙찰비율은 10%선에 불과할 정도로 일단 경매에 들여놓으면 거의 2주안에 처리되는 추세다.
1996년 공채로 입사한 이씨가 경매사를 시작한 지 만 4년. 이젠 차량의 겉만봐도 얼마 정도 가격에 어떤 회원들이 사가게 될 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경매장의 전 직원수는 35명이지만 경매사는 이씨의 수제자를 포함해 단 2명. 그래서 그의 손짓과 말한마디에 구매자들은 모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경매사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이젠 천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경매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정착될 때까지 열심히 일해볼 작정입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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