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으로 탈바꿈한 제일은행의 이사회가 초호화진용으로 짜여졌다. 국제적 명망을 갖춘 미국과 한국의 장차관 출신 3명은 물론 외국인 금융전문가와 학자들이 대거 포진했다.제일은행은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로버트 바넘 전 아메리칸 세이빙스 뱅크 은행장을 이사회의장에 선임하는 등 이사회 멤버 14명을 선임했다.
비상임이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거물급이다. 먼저 미키 캔터 전 미국 상무장관. 클린턴 행정부 초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활약했던 캔터전장관은 현재 세계적 로펌인 메이어 브라운&플래트의 파트너자격으로 국제적인 기업거래와 금융거래 분야의 소송업무를 맡고 있다.
이와함께 세계무역기구(WTO)사무차장을 지낸 김철수(金喆壽) 세종대교수(전 통상산업부장관)와 뉴욕 뱅커스트러스트(BTC) 회장을 역임한 프랭크 뉴먼 전 미국 재무부차관 등도 이사회의 중량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뉴브리지 캐피털 공동회장인 리처드 블럼 및 데이빗 본더맨, 톰 배럭 콜로니펀드 회장, 대니얼 캐럴 뉴브리지 아시아 집행임원, 마이클 오핸런 리먼 브라더스 집행임원, 웨이지안 샨 뉴브리지캐피털 홍콩 본부장 등 8명의 외국인 금융전문가가 선임됐다. 국내 인사로는 오성환(吳星煥)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승희(朴承熙) 예금보험공사 본부장, 이윤재(李允宰) 전청와대 재경비서관 등이 이사회에 참여한다.
세간의 관심은 이들이 받게 될 대우. 국내 은행 비상임이사들의 경우 한해 3,000만~4,000만원의 적지않은 보수를 받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명망에 걸맞는 파격적인 대우가 불가피한 만큼 제일은행 비상임이사의 대우조건이 억대수준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호리에 신임제일은행장 "소비자금융 대폭 강화"
국내 최초의 외국인행장인 윌프레드 Y. 호리에 신임 제일은행장은 21일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금융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호리에 행장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행장으로 선임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에서는 주택·국민은행이 소매금융을 주로 해왔으나 소비자들은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자동차금융, 신용카드, 주택금융, 교육금융 등 소비자금융을 집중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호리에 행장은 또 『제일은행이 좋은 점포망을 갖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으로서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되 기회가 있다면 투자은행 업무도 고려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인원감축과 관련, 호리에 행장은 『현재 점포망과 직원수가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되지만 변화는 언제나 있게 마련』이라면서 『인력재배치 등을 통해 업무효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우사태 등 국가적인 과제해결을 위해 정부와의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서는 『제일은행의 뜻을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호리에 행장은 이날 현 임원 중 전무와 감사를 제외한 상무 4명에게 1개월 동안 같이 일해본 뒤 1~2명 가량은 신임집행임원으로 선임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류시열행장 눈물이임식
○…제일은행 류시열(柳時烈)행장의 2년10개월간의 은행장직을 마감하는 이임식이 21일 오전 임직원들의 눈물로 치러졌다.
류 행장은 이날 뉴브리지캐피털의 주주총회에 앞서 본점 4층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새로운 경영진에게 현직을 인계하고 정들었던 은행을 떠나게 됐다』고 말문을 연 뒤 5쪽에 달하는 이임사를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류 행장은 『은행이 존폐 기로에까지 내몰리게 되었을 때는 밤잠을 설치며 번민하던 날이 많았지만, 떠나려는 고객을 붙들고 호소하며 생명처럼 은행을 지키려는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결코 좌절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며 만감이 교차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600여명의 임직원이 고개를 떨군 채 흘리는 눈물로 강당은 금세 눈물의 바다로 변했다.
류 행장은 『제일은행이 재도약해 나가는 모습을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성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이임식장을
떠났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