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2일에는 「짝」없이 돌아다니면 안됩니다』최근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애인구하기 열풍이 일고 있다. 연도와 날짜를 나타내는 숫자가 모두 짝수가 되는 새천년 첫날인 2월2일을 짝없이 보내면 다시 짝수해가 돌아오는 2002년 2월2일까지 「나홀로족」으로 남아야 한다는 풍문 때문. 특히 이날은 서기 888년 8월28일 이후 1,112년만에 처음 돌아오는 짝수날이어서 젊은이들 사이에 더욱 특별한 날로 여겨지고 있다.
애인이 급하다는 김모(23·K대 심리학과3)씨는 『짝수날인데다 「2」자가 많은 이날은 꼭 연인과 둘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지난해말부터 있었다』며 『10여일 밖에 안 남았지만 소개팅을 통해 반드시 좋은 사람을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대학가 주변의 커피숍과 카페 등에는 겨울방학에도 불구하고 미팅과 소개팅 등을 통해 짝을 구하려는 학생들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화상채팅시스템이 갖춰진 PC방과 번개(채팅을 통해 만나는 것)전문 까페는 더욱 인기다.
올들어 미팅을 3번이나 했다는 박모(20·여·Y대 자연과학부1)씨는 『짝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미팅이나 컴퓨터 채팅을 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며 『이미 애인이 있는 친구들은 그날을 꼭 같이 보낸다고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나미신경정신과병원의 이나미(李那美·39)원장은 『기억하기 좋은 숫자나 날짜에 신화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의 「숫자상징」』이라며 『신화가 사라져버린 젊은세대들이 자신들만의 아기자기한 세계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애인구하기 구실을 만든것이 유행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대구=이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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