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끝에 벌어진 사소한 폭력과 상해는 정당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또 힘에 부쳐 상대방을 깨문 행위도 정당행위로 판결됐다. 이는 그동안 「전치2주 진단서」가 상해사건에서 형사입건의 주된 기준이 되고, 상처를 입힌 쪽이 법정분쟁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던 관행에 대해 새로운 「형평성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전주지법 형사 1단독 박철원(朴哲遠)판사는 20일 차량 충돌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을 휘둘러 상대방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기소된 유모(59)피고인에 대해 정당행위를 인정,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교통사고 중 운전자들이 서로 잘못을 따지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을 만한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유씨는 98년 4월 김제시 공덕면 황산리 모가게 앞에서 트랙터를 몰고가다 좌회전하던 중 추월을 시도하던 버스와 충돌한 뒤 운전사 정씨(44)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또 이날 술을 마시던 중 언쟁을 벌이다 상대방이 멱살을 잡자 손가락을 이(齒)로 물고 폭행한 혐의(폭행)로 기소된 이모(60)피고인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거동이 불편하고 체격이 왜소해 힘을 쓰지 못하는 데다 건장한 체격의 전모(46)씨가 멱살을 잡자 그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득이 손을 이(齒)로 깨문 것』이라며 『이 행위는 적극적인 반격이 아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소극적 방어로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전주=최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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