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의 5일장들이 사라지고 있다. 5일장이 열리는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기능 보다 친구와 친척을 만나 안부를 전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하나의 사교공간이었다. 넓은 주차공간도, 패스트푸드점도 없지만 물건값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수도권 5일장은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옛날식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그러나 수도권일대에 대형유통매장이 우후죽순 등장한 이후 경쟁에서 밀린 상당수 5일장이 문을 닫는 등 맥을 못추고있다.수도권에는 성남 모란장, 일산장 등 불과 서너 곳만이 주변 인구증가와 편리한 교통 덕에 활성화되고있다. 설을 앞두고 5일장의 명암을 점검해본다.
■ 모란장
5일장가운데 전국 최대규모로 인근 대형 쇼핑센터와 겨룰만한 도심속의 장이다.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개통, 분당 신도시개발이후 유입인구가 증가한뒤부터 활기를 띠고있다. 전국 제일의 개시장을 비롯해 어물전, 가금전, 고추전 등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갖추고있다. 1990년부터 장터에 14개 품목별로 구획을 지어 시장입구부터 화훼, 잡곡, 약초, 의류, 신발, 잡화, 생선, 채소, 기타음식, 고추, 애견, 가금전 순으로 자리하고있다. 4, 9일장
■ 일산장
고양시 일산2동의 상설시장인 일산시장주변에서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이면 칼가는 아저씨, 빗자루장사, 번데기 장사 등이 리어카를 끌고다니며 손님을 맞고있는 아파트 숲속의 장터다. 일산에는 국내외 유명 대형유통매장이 들어섰지만 장날이면 3,000여명이 몰릴정도로 활성화된 곳. 또 장날 파주, 포천, 문산, 일산 등에서 갖가지 물건을 들고 몰려드는 노점상들로 북적거린다. 신선한 채소가 많이 나온것으로 유명하다.
■ 이천장
조선후기때부터 개설된 것으로 전해진 이천장은 시청주변 도로에 2,7일 장이 들어선다. 여느 장터와 같이 기존상가와 공존하고있다. 믹서기에 밀려 자취를 감춘 절구통, 현장에서 직접 메질을 해 만든 떡, 떠돌이 약재상 등 1960~70년대의 재래장터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있다.
■ 덕풍장
하남시 덕풍장은 하남 주민들뿐아니라 인접한 서울 강동지역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한때 장날만 되면 기존 상인들과 노점상들간의 쓰레기 처리문제, 자리 다툼 등으로 갈등을 빚었으나 현재는 「공생」하는 상태. 장이 서지 않은 날에는 손님이 뚝 끊기지만 4, 9일로 끝나는 장날만 되면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 트럭을 좌판삼아 판매하는 채소, 과일, 생선값이 저렴하다.
■ 안성장
한때 전국 3대장으로 꼽혔으나 현재는 100여 좌판과 노점이 한대 모인 소규모 장터로 전락했다. 안성시 서인동 장터입구에 대형유통매장이 들어서면서 장터가 더욱 위축됐다고 상인들은 전한다. 매 2,7일 장날이면 폭5㎙가량의 소방도로를 폐쇄되고 장터로 변한다. 계절마다 출하되는 특산품과 야채, 생선, 청과물 좌판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있다.
■ 김포장
1902년 개설된 유서깊은 장이지만 인근지역에 대규모 할인매장이 들어서면서 고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때 우시장도 개장됐으나 거래량이 적어 자연히 폐지됐고 공설운동장 도로변에서 노점을 중심으로 매 2일과 7일 장이 선다. 대형유통매장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으나 최근 소규모 노점상, 차량 노점상 등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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