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시작된 츠하오톈(遲浩田)중국 국방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8월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이지만 한·중 양국간의 군사·정치적 관계를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1992년 8월 수교 이후 계속되어온 한·중 양국간 경제 교류 및 협력 확대와 정상의 교환방문 등 급속한 관계개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특히 중국 국방책임자로서 한국전쟁 당시 교전 상대국이었던 한국을 찾은 것은 그동안 미진했던 양국간 군사교류 협력분야로까지 관계개선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번 방한을 바탕으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을 21세기의 새로운 파트너로 삼겠다는 중국측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따라 遲장관의 방한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초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遲장관은 조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공통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움직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을 세계 유일한 혈맹국가로 여기고 있는 북한도 한·중간에 「총체적」 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금까지의 고립주의를 계속 고수하기는 힘들며, 무모한 도발을 자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전쟁억지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남북간 냉전구조 해체와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遲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중국이 조속한 시일내에 노골적인 친한 정책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이르다. 최근 탈북자 7명을 북으로 송환한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중국은 남북한과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이득을 챙기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한반도에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고 새 중재자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는게 군사외교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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