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천년 민주당과 자민련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뇌관은 다름아닌 공동정부 토대의 근간을 이루는 내각제 문제.자민련은 민주당의 내각제 강령 배제 방침과 관련해 2여 공조 파기, 당 지도부의 민주당 창당대회 불참 등 초강경 카드까지 검토했다. 반면 민주당은 『내각제 강령 제외는 불가피하다』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민주당의 내각제 승계」발언으로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
자민련은 이날 이한동(李漢東)총재대행 주재로 당무회의와 부총재단 회의를 잇따라 열어 민주당측에 「내각제 강령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중대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이날 마포당사 집무실에서 당직자들을 불러 고성을 지르며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회의에서 박철언(朴哲彦)부총재 등 대다수 발언자들은 『민주당이 내각제를 강령에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공동정부 철수를 적극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김명예총재는 이에앞서 18일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 『내각제는 공동정부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내각제 강령이 빠지면 양당 공조의 근원이 무너진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대통령은 19일 저녁 국민회의와 민주당 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내각제 약속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민련 지도부는 당초 내각제 강령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20일 열리는 민주당 창당대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내각제 언급을 전해 들은 뒤 자민련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내각제 승계 약속을 했으므로 창당대회에 참석하자』『구두약속은 별의미가 없다』등 두 갈래 반응이 나왔다.
양당이 이처럼 내각제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무엇보다 총선 전략 때문이다. 자민련은 민주당과 차별화하고 보수와 내각제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게 득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상당수 자민련 의원들은 『들러리 여당 보다는 야당 이미지로 총선에 나서야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자민련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독자 색깔을 부각시키려 할 것 같다.
반면 민주당은 새 출발을 하면서까지 내각제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으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정부를 깨지 않는 범위내에서 내각제 족쇄에서 벗어나려는 게 민주당측의 전략이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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