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나눠먹기식 밀실담합에 의해 정치개혁관련법들을 개악했다는 비판여론이 높자 전면적인 재협상 방침을 밝히면서도 실제로는 상대방에게 개악의 책임을 떠넘기고 재협상 방향에 대해서도 당리당략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을 또다시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국민회의측은 18일 『원래 개혁적 취지와 원칙에 입각했던 정치개혁입법들이 만신창이가 된 것은 우리당 의석이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해 다른 당의 이해관계에 끌려간 결과』라며 한나라당과 자민련에 모든 책임을 떠 넘겼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분열을 노린 1인2표제 주장 등 여당의 정략적 접근 때문에 선거법 협상이 왜곡됐다』고 주장, 선거법 개악의 책임을 여당 탓으로 돌렸다.
한나라당이 선거법 재협상을 앞두고 1인2표제와 중복출마 및 석패율제 철회, 연합공천 금지 등을 들고 나온 것은 시민단체나 일반 국민이 지적한 선거법 개악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 방향을 흐리는 정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여권이 중복출마 및 석패율제 관철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생경하고 실효성이 없는 제도인 데도 여권이 영남지역에 출마하는 특정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너무 집착해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여야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 87조의 폐지 또는 개정 입장을 밝힌 것 역시 치밀한 현실 검토없이 여론에 영합하거나 일시적으로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는 전술적 후퇴의 기만적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허용문제에 대해 줄곧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전격적으로 방침을 바꾼 것은 전형적인 여론 영합 및 해바라기성 정치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도 18일 전향적 개정 검토쪽으로 입장을 바꿨으나 각종 단서를 붙임으로써 일단 여론의 화살을 피한 뒤 협상 과정에서 여러가지 규제장치를 달아 시민단체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치권이 재협상 대상에서 의석 5석 이상이나 득표율 5% 이상을 획득해야만 비례대표를 배분할 수 있도록 한 「군소정당 봉쇄조항」의 완화를 거론하지 않는 것도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주의라는 지적이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