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폐지를 지시한 데 이어 18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전향적 개정」의사를 밝히면서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을 금지한 선거법 87조 개폐 논의가 본격화했다. 자민련도 이날 당5역회의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항을 개선키로 의견을 모은 상태.이에 따라 선거법 87조가 어떤 식으로든지 손질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법제화하기까지에는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개정이냐 폐지냐를 놓고 여야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
국민회의는 조항을 아예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후보자의 자질 등 구체적인 판단 자료를 유권자에게 제공하게 되고, 후보자들도 흑색선전을 자제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개정 쪽이다. 「무늬만」 시민단체일 뿐 사실상 후보의 사조직이 선거에 개입하는 등 숱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협상이 본격화하면 개정쪽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선거를 치러야하는 의원 대부분의 속내는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항을 개정할 경우 당장 문제되는 것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의 선정 기준, 선거운동의 범위 등이다. 국민회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준용, 이 법상 지원신청요건을 갖춘 단체에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선거운동 금지단체를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선거운동 범위는 노동조합의 선거운동 수준이 논의의 기준이 될 것 같다. 현행법상 노조는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유인물을 돌리거나, 현수막 피켓 등 시설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여론의 관심이 떨어질 경우 여야는 선거운동 허용 단체의 선정기준과 선거운동의 허용범위를 엄격히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조항이 만들어진다해도 실질적으로는 효과가 거의 없는 죽은 조항이 될 수도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 관련 선거법
▲제58조(선거운동의 정의) 1항 =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위한 행위를 말한다. 다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의사의 준비·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은 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제59조(선거운동기간) = 선거운동은 당해 후보자의 등록이 끝난때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 금지) = 단체는 사단·재단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에 그 명의 또는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노동조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전운동금지' 59조도 논란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제87조가 폐지되더라도 최근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낙선운동은 현행법상 불법이 된다. 87조는 17일간의 법정선거운동기간에 한정된 규정이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전에 특정후보를 지지·반대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59조 위반으로 판정된다.
따라서 87조가 개정되거나 폐지되더라도 59조가 그대로 있는 한 요건을 갖춘 시민단체들이 선거운동기간에 한해 일정 범위안에서만 선거운동을 수 있다. 그래서 59조 폐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87조뿐 아니라 59조까지 없애야 시민단체의 선거감시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관위 및 정치권에선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이 없어지면 선거운동 규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4년내내 선거운동 열풍에 휩싸일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론이다.
다만 선거기간 전에라도 58조 규정처럼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 의사의 표시, 입후보자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또는 통상적 정당활동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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