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독주가 다시 시작됐다. 새해 벽두부터 야당 인사에 대한 구속 선풍이 불며 지금까지 5명이 구속됐고 말레이시아 최대의 야당지는 폐간위기에 몰려있다. 자신에 대한 일체의 반대나 비난을 용납하지않는 마하티르의 전형적인 야당 길들이기다.야당 인사 구속의 첫 희생자는 전직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카르팔 싱. 마하티르의 정적으로 현재 투옥중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부총리의 변호인인 싱은 안와르의 재판과정에서 근거없이 정부를 비난했다는 이유(선동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이어 안와르의 부인 완 아지자가 이끄는 민족정의당(케딜란)의 부당수 마리나 유소프와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이 발행하는 하라카의 편집인과 발행인도 싱과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케딜란의 청년조직 리더인 모하메드 에잠 모하메드 누르는 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됐다.
편집인과 발행인이 모두 구속된 하라카는 18일 발행부수를 현재의 36만부에서 3월부터 25만부로 줄이고 가두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안와르의 재판과 관련, 정부를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던 이 신문은 5월중 있을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날 경우 폐간될 수도 있어 이같은 타협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하티르가 야당 길들이기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11월 있은 총선에서 승리, 5선에 성공했지만 여당의 입지는 상당히 약화됐기때문.
집권 연정인 바리산 민족연합은 전체의석 193석중 148석을 확보했지만 마하티르가 이끄는 통일말레이시아민족기구(UMNO)는 72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95년 총선 당시의 94석 보다 22석이나 줄었다. 반면 야당 의석은 23석에서 45석으로 2배나 늘었다.
특히 야당 의석수가 늘면서 지난해 12월 국회 개원때 야당의원이 집단 퇴장하는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자주 벌어져 마하티르가 위협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이다.
야당 인사 구속에 대해 미국은 이미 강력히 비난했고 국제사면위원회(AI)를 비롯한 인권단체의 비난성명도 잇따르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전혀 흔들리지않고 있다. 사이드 하미드 알바르 외무장관은 『국제사회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고유한 권리와 법을 행사하고 있음을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야당 인사의 추가구속도 가능하다는 추측마저 낳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마하티르는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2주간의 휴가에 들어갔기때문이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정치권에서는 마하티르가 6월중 열릴 UMNO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후계자로 손꼽히는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부총리를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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