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뉴스가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뉴스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간판 뉴스인 오후 8·9시대 뉴스가 올들어 내용과 형식에서 크게 바뀌고 있다. 문화·국제뉴스 섹션화, 대표 리포트제, 전문기자제 도입, 일반 시청자가 원하는 뉴스의 전진배치 등 방송사마다 다양한 제도와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백화점식 뉴스 나열을 지양하고 중요한 의미와 심도있는 보도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뉴스를 표방하며 변화를 모색해온 KBS는 이달초부터 대표 리포트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 리포트제는 중요 사안에 대해 취재기자 3-4명이 취재와 인터뷰를 하고 취재경험이 많은 부·차장들이 이를 종합 분석해 보도하는 방식이다. 대표 리포트 뉴스는 일반 뉴스의 2-3배인 3분 정도를 할애, 집중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KBS는 또 2월부터는 전문기자제를 도입한다. 법조, 재정금융, 통일안보 등 각 분야 전문인을 선발, 이들에게 현장 취재와 보도를 맡겨 뉴스의 심층성과 신뢰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문 지면에 대대적인 뉴스 광고를 한 바 있는 MBC는 심층적인 문화·국제 뉴스를 섹션화해 전진 배치하는 등 뉴스의 형식을 대폭 손질했다. 또한 사건보다는 기획 중심으로 뉴스를 보도한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밖에 3억원을 들여 밀레니엄 뉴스룸을 건설, 입체적인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새 뉴스룸에는 다양한 자막 처리기, 고해상도 프로젝션, 50인치 고선명 모니터 등 첨단장비가 갖춰져 있다.
KBS와 MBC가 올들어 뉴스의 형식을 바꾸면서 뉴스 건수는 대폭 줄고 심층·기획 보도물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오후 9시대 뉴스 건수는 33-35건에 달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23-25건 정도.
SBS 역시 올들어 뉴스 프로그램의 혁신을 기하고 있다. SBS는 시청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뉴스를 집중공략해 타방송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경제뉴스를 늘리되 수치경제나 산업경제보다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정보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또한 취미, 패션 등 그동안 방송 뉴스에서 소홀히 다뤘던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각 방송사가 이처럼 뉴스 프로그램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시청률은 하락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가 최근 발표한 뉴스 시청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9시대 시청률은 MBC 「뉴스 데스크」 15.6%, KBS1TV 「뉴스 9」 17.8%, SBS 「순풍산부인과」 20.8%, KBS 2TV 「체험, 삶의 현장」11.7%였다. 평일에는 「순풍산부인과」에 KBS와 MBC의 9시 뉴스가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일요일) 오후 9시대 시청률은 MBC 「뉴스 데스크」14.4%, KBS1TV 「뉴스 9」13.6%, SBS 「파도」28.7%, KBS 2TV 「오! 해피데이」7.9%로 나타났다. 15일(토요일) 뉴스 시청률은 더 하락했다. MBC 「뉴스 데스크」(10.2%), KBS 1TV 「뉴스 9」(12.2%)에 비해 같은 시간대 KBS 2TV 「개그 콘서트」(21.2%), SBS주말극 「왕룽의 대지」(15.6%)는 훨씬 높은 시청률을 나타냈다. 평일이건 토·일요일이건 9시 뉴스가 드라마 코미디 등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뉴스 시청률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MBC 엄기영 보도국장은 『시청자들이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뉴스에 적응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변화된 뉴스에 적응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YMCA 시청자운동본부 황자혜 간사는 『시청자들이 지난해 9월부터 새로운 사실없이 지리하게 보도했던 옷로비사건, 파업유도사건, 정치개혁법 관련 뉴스 등에 짜증이 난 시청자들이 뉴스를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 시청률 하락을 IMF사태와 연관 짓기도 한다. IMF사태가 풀리면서 뉴스 주시청자인 남성들의 TV를 보는 시간이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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