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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새로운 민주국가의 꿈 - 황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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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새로운 민주국가의 꿈 - 황태연

입력
2000.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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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극복으로 경제회생 기조가 뚜렷해진 2000년은 뭐니뭐니 해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경제도약」의 해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의 국민은 여전히 경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면서 2000년에는 생활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IMF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위기잔존론은 국민의 이런 정서적 기대와 지난해 12월 중순 IMF의 「한국 IMF졸업」발표로 무력화하고 「위기재발론」도 연말 1,000억 달러 외환보유고와 금년 6∼7% 성장률 예상으로 신빙성을 잃고 있다.

이런 경제도약기에 우리가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다시 민주주의 문제이다. 선진적 민주주의만이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지탱해주는 진정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새천년 벽두에 우리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민주주의의 맹아를 목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간여하여 정치권에 지진을 일으키고 공천된 후보의 총선 당락을 좌우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혁명적 상황에 이른 것이다. 또한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시민단체의 이러한 활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의 현상이다. 역사는 모르는 사이 한 발자국 앞으로 진보하여 한국은 이미 어제의 한국이 아닌 것이다.

지금은 「민주화」또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시대가 아니라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조해야 하는 시대이다. 지난 세기말 사회과학자들과 선진적 정치인들은 「새로운 민주국가」에 관해 많이 토론했다. 이 꿈의 핵심은 정부와 시민사회의 파트너십에 기초한 새로운 민주정부의 수립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너무 비대해져 대의민주주의 방식으로는 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행정의 비대화로 관료체제의 「무허가 권력」이 3권분립을 무력화시키고 입법과 사법권을 거의 행정부로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률은 50% 이상이 행정부의 입법제안으로 만들어진다. 나머지 의원 입법으로 제정되는 법률도 핵심내용은 관료가 만드는 시행령에 위임되는 형국이다. 사실 입법권자는 행정부이고 국회는 대부분의 경우 의전(儀典)기구로 전락했다.

행정부는 또한 사법권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법무부는 사법기관이고 행정조정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여성특별위원회, 노동위원회, 소비자보호원,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은 모두 준(準)사법기관들이며 모든 부처는 다 업무상 이래저래 사법적 기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또는 국민대표에 의한 행정부 통제는 미흡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제1원칙이 무색해진 것이다.

국민은 이런 상황에서 모든 권력을 「무허가 권력」으로 느끼며 행정적, 정치적 결정에 저항하고 정치를 저주하기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정부와 정치의 민주적 정통성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된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만으로는 정부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 정부와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시민참여가 국민의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새로운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과제는 우선 모든 국가기구에 대한 시민참여제도의 도입, 민관(民官)합동의 정책결정 및 행정활동, 정보공개 강화와 전자민주주의의 활용 등 참여민주주의적 제도를 보완, 국가가 새로운 민주적 정통성과 신뢰를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시민단체들의 맹아적 참여활동을 발전시키고 시민참여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발적 시민운동을 지원하여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최종적 목표는 국가를 정부, 시장, 시민사회의 3각축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여·야와 각종 신당들이 이 「새로운 민주국가」의 꿈을 꾸지 않는다면 다 시대착오적 「구당」(舊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황태연 동국대교수·정치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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