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17일 선거법 개악비판에 낭패감을 감추지 못하고 재협상으로 급선회했다. 당내에선『3분의1 의석밖에 가지지 못한 「소수여당」으로서의 한계』라는 자괴감이 팽배한 가운데 『야당의 무리한 벼랑끝 전술이 정치권 공멸을 자초했다』며 화살을 야당에게 돌렸다.한화갑 총장등 당지도부는『협상 타결을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야당안을 받아들였는데 「담합」이라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며 『진상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재협상론은 이날 오전 열린 당무·지도위원 연석회의에서부터 일찌감치 제기됐다. 당 일각에선 『이왕 재협상을 하는 마당에 개혁요소를 대폭 반영한 선거법을 마련해 강행처리 하자』는 의견도 대두됐지만 당지도부가 김대중 대통령을 면담한 뒤 개악 논란 조항을 「부분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만섭 총재대행은 『강행처리는 안된다는 원칙에 집착, 선거법이 오히려 개악 된 것을 사과한다』면서 『재협상에선 현행대로 가는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개악은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총무는 『14일 밤 12시까지 「도농복합지구를 살리자」는 야당 제안을 거절했지만 즉시 한나라당에선 의장공관 봉쇄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개악법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새천년 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도 이날 선거법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 선거법 개악파문에 대한 차단막을 쌓았다. 창준위 실행위원회 에서는『정치개혁의 기본취지가 완전히 실종됐고, 국고보조금을 상향조정한 것도 문제』라는 등등 강도높은 비판론이 쏟아져 나왔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선거법 재협상/자민련입장] "의원수 10% 감축"
자민련은 17일 여야가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 3당3역회의를 조속히 열어 선거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당론을 모았다. 물론 여기에는 재협상과정에서 자민련 몫을 더 챙겨보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자민련 김동주 의원의 주장처럼 「부산 해운대·기장」선거구를 2개에서 3개로 분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에 유리한 「4개 도·농 통합 선거구 분구 특례 인정」을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한동 총재대행은 17일 간부회의에서 『선거법 협상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냉엄한 지적을 바탕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3당 3역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박철언 부총재도 『국민들이 선거법이 개악됐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만큼 선거법 협상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해야 한다』면서 『의원정수나 국고보조금, 인구기준시점 등에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김종호 )부총재도 『여야가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우리당이 요구해온 의원수 10% 감축안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협상 당사자인 이긍규 총무는 『총선이 얼마남지 않아 재협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
상당수 자민련 의원들은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인 7만5,000명-30만명과 의원정수는 유지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한 의원은 『국민회의·한나라당이 일부 도농 통합선거구 분구를 인정하는 바람에 여론의 집중 비난을 받게됐다』며 『의원정수 감축 주장은 여론을 의식한 발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선거법 재협상/한나라입장] "여당안부터 재검토"
한나라당은 18일 청와대의 선거법 재협상 지시를 『후안무치한 행위』로 몰아붙였다. 선거법 협상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있었던 김대중 대통령이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뒤로 빠지고 야당에게만 책임을 돌린다는 시각이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권의 비현실적인 선거제도안과 공동여당내 불협화음으로 선거법협상이 늦어졌다』며 『그런데도 정치권 전체가 함께 매도당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부영 총무는 『도·농복합 선거구 4곳 존치까지 청와대의 재가를 얻을 정도로 협상 세부사항을 일일이 보고받고 지시했던 김대통령이 책임을 미루는 것은 전형적인 3김식 이중플레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권이 국민여론을 내세우며 한나라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치고 빠지기식」 공세에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긴급 3역회의를 열어 『국민의 뜻에 따라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 「백지상태」에서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며 『여기에는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선거법 87조 조항도 포함된다』고 밝히는 등 부라부랴 역공에 나섰다.
그러나 하순봉 총장은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석패율제와 1인2투표제 등이 우선적인 검토대상』이라고 말해 여당안부터 문제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또 『선거법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먼저 김대통령이 협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할 것』이라고 재차 못을 박았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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