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놀이 백가지10여 년 쯤 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신문 사회면에 재미난 기사가 실려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끈 적이 있다. 「문구점서 곤충 표본집 불티나게 팔려」. 여름방학 과제인 곤충채집 활동을 문구점이나 백화점에서 「상품」으로 만든 곤충 표본을, 부모에게서 타낸 돈 몇 푼으로 사서 간단하게 해결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사람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요즘 아이들도 놀이가 있고 문화가 있지만 산 속을 떼로 몰려 쏘다니며 자연과 어울리던 그리 멀지 않은 옛날과 너무 딴판이다. 특히 도시 어린이들은 인터넷 게임하느라고 밤새 컴퓨터 화면과 씨름하거나, 기껏 몸 놀린다는 것이 디디알(DDR) 정도라고 하면 너무 지나칠까? 우리 옛 놀이에는 다른 동무들과 어울리고, 자연 속에서 뛰고 까부는 맛이 살아있다. 길을 열어주고 누가 그곳으로 가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그렇게 놀면서 아이들은 심성을 곱게 다듬고, 용기와 지혜를 크게 키워갔다.
「우리놀이 백가지」는 지금은 보기 드물거나, 아직까지도 아이들 끼리끼리 잘 하고 노는 어린이들의 놀이 100가지를 모아 놀이기구 만드는 법, 놀이법 등을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한 책이다.
겨울철에 인기있는 놀이 가운데 하나는 연날리기. 다가오는 설을 지내고 나면 또 큰 명절인 정월 대보름이다. 이날의 연날리기는 연을 날렸다가 끊어서 훨훨 하늘로 보내야 한다. 한 해의 액운을 그 연에 모두 담아 실어보내버리는 거다. 물론 이런 연도 주위에서 돈을 주고 쉽게 구할 수는 있지만 창호지와 대나무로 자르고 다듬어서 만든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책에서는 가오리연과 방패연을 어떻게 만드는지, 실을 감는 이모얼레와 사모얼레는 또 어떻게 제작하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연을 갖고 언제 어떻게 놀았는지, 그때의 운치란 무엇인지까지 들려준다.
인형놀이, 소꿉놀이, 종이접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 철에 상관없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물론 곤충채집, 봉숭아 물들이기, 윷놀이, 쥐불놀이, 팽이치기, 피리놀이 등 계절에 맞는 여러 놀이를 소개했다. 컴퓨터를 끄고 아이들과 함께 해보기 좋은 놀이들이 하나 가득하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놀이 백가지
최재용 기획·재현, 이철수 글
현암사 발행, 2만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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