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복원공사로 북쪽 모퉁이에 있던 12공방이 철거된 것이 2년전이다. 12공방은 내·외국인에게 나전칠기와 도자기 목공예 한지 침선 등 전통공예의 제작과정을 보여주고 문화에 대한 긍지도 심어주던 교육문화기관이었다. 외화획득에도 한 몫을 하던 12공방은 그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으니, 그 부재에 두고 두고 미련이 남는다. 새로 위안을 얻는 것은 근래 관광산업이 강조되고 전통적인 인사동·하회마을 등의 의미가 부각되면서,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도 부활하고 있다는 점이다.▦1년전 한양대와 인천가톨릭대에서 전통장인 50여명이 한꺼번에 교수가 되더니, 다음달에는 1년 과정의 전통공예건축학교도 서울 대치동에 문을 연다. 전통공예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접이 장인에서 교수 수준으로 격상된 셈이다. 또한 전통공예를 홀대하던 문화관광부 건물 안에는 최근 공예품 전문매장이 개장했고, 수유동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열리고 있는 공예품개발 특별전에도 다양한 관람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2월부터는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인근 우이초등학생들이 특별과목으로 공예를 배울 예정이다. 또한 「전통」이라면 무조건 존중하는 일본 젊은이 30명도 다음 주중 공방견학을 오겠다니, 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 흥미롭다. 일요일 「차없는 거리」의 실시 이후 활력을 얻고 있는 인사동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전통공예품이다. 거기에는 경제력이 뒤지는 아시아 각국에서 흘러들어온 전통공예품과 우리의 생활공예품이 주종을 이루고, 또 가장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근래 「정년귀농」이라는 말이 정착돼 있다. 청운의 뜻을 품고 도회로 나갔던 농촌 젊은이들이 정년을 맞아 고향으로 복귀하여, 평화와 안식 속에 생애를 마무리하려는 것을 말한다. 전통공예 교수들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직장 정년 이후 전통공예를 배워 새로운 소일거리 찾기뿐 아니라 창업에 성공한 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소박한 꿈을 실현시켜 주는 매력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멋이 배어 있는 것이 전통공예라고 생각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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