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폰(전화기)이라 부르지 마라」 핀란드의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노키아가 최근 미국 라스베거스 국제가전박람회(CES2000)에 출품한 무선 전화기 신제품 홍보 카피다. 자사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것이지만, 정보통신 수단의 변화를 대변하는 말이다.기술의 발달은 이제 「전화」의 개념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전화」가 음성 통화만을 의미한다면 이제 이 말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음성과 데이터, 영상을 패키지로 주고받는 매체 통합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최근 열린 라스베거스 국제가전박람회는 이러한 정보통신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전화와 인터넷의 통합 또는 인터넷과 TV, 라디오의 통합은 이미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노키아가 CES2000에서 선보인 「9000il」모델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혁신적인 무선 전화기. 그러나 생김새는 전화기이지만, 오히려 무선 PC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휴대전화에 키보드가 이중 장착돼 있어 인터넷 검색은 물론, 자신의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PC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램을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피커폰이 내장돼 있어 최고 6명까지 동시에 핸즈프리로 통화가 가능하다.
모토로라는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합한 「아이라디오(iRadio)」를 선보였다. 카 오디오용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디지털 셀룰러 기술과 위성, FM전송기술을 통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음악을 주문해 들을 수 있고, 교통정보나 뉴스, 날씨, 주식 정보도 받을 수 있다. 차세대 쌍방향 라디오인 모토로라의 「토크어바웃(TALKABOUT)-6000」도 관심을 모은 제품. FM라디오 기능에다 디지털 나침반, 온도계, 고도계, 타이머, 스피커폰 등을 갖췄고, 반경 3㎞ 범위에서 그룹통신이 가능해 오지 탐험이나 그룹 하이킹에 적합하다고 모토로라는 설명했다.
미국 통신업체인 인포기어사의 「아이폰(iPhone)」도 눈길을 끌었다. 전화와 컴퓨터가 결합된 이 제품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인터넷과 전화, 팩스 등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송수화기, 버튼, 컴퓨터 스크린과 한 몸에 통합됐다.
매체통합과 함께 미래 정보통신의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무선·소형화다. 정보통신의 시간·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워치폰(Watch Phone)」은 시계에 전화기능을 접목한 미래형 휴대전화로 일명 「007 휴대폰」. 007 영화의 제임스본드가 착용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올 6월부터 시판할 예정. 초소형 반도체칩과 초소형 안테나를 장착, 무게 50g(배터리 포함)의 초경량이면서도 일반 휴대전화 수준인 90분 연속통화와 60시간 연속대기가 가능하다. 음성다이얼, 전화번호부, 이어마이크로폰, 진동기능 등 다양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미국 퀄컴사는 화장을 하면서 데이터수신과 인터넷이 가능한 메이크업 팩, 무선으로 가상 현실을 볼 수 있는 선글래스, 장갑에 무선 인터넷 장치를 부착한 장갑형 휴대전화 등 미래형 무선 통신수단을 개발중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