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자동차선진국들과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에게 한국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대우자동차 처리는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를 생산한 지 30여년만에 한국의 자동차는 전세계의 찬사와 질시를 동시에 받을만큼 급속히 성장했으며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를 제외하고 200만대 전후를 생산하는 후발 자동차생산국에는 한국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가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 중에서 왜 선진국들은 유독 한국 자동차산업에만 관심을 가질까.
첫째는 한국만이 유일하게 고유의 브랜드 자동차를 전세계를 상대로 장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는 국제시장에서 인기도 좋은 편이다. 둘째로 후발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반도체산업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3대 중추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은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서 선진국들만이 누렸던 특권을 무너 뜨릴수 있는 기반이다.
더구나 우리 자동차는 이제 세계 유수 자동차들과 견주어 결코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 130여종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GM의 모든 차종이 세계 최고는 아니며, 일부 우리 차종은 GM자동차보다 낫다. 30여년만에 세계 일류회사들과 어깨를 견줄만큼 양질의 차를 생산한 나라는 우리가 처음이니 자동차선진국으로서는 일본에 이어 또다시 힘겨운 상대가 생기는 것이 매우 기분 나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다른 나라의 자동차산업이 자국의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항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은 빅3의 자동차 매출만 따져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판매 후에 일어나는 서비스, 금융, 보험, 부품사업 등을 합하면 GDP의 12%에 이른다. 또한 미국의 자랑인 반도체산업의 경우 매출의 20%, 생산장비산업의 45%, 고무제품 관련산업의 78%, 심지어 백금 같은 귀금속산업의 40%가 자동차와 관련된 사업에서 얻어진다. 이처럼 다른 산업에도 엄청나게 파급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년간 우리 자동차산업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삼성은 타의로 자동차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기도 했으며, 이제는 대우자동차 자체를 국제입찰로 해결해야만 하는 처지까지 되었으니 한국 자동차산업은 심각한 위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정부가 공급과잉때문에 국가경제의 심각한 문제라던 우리 자동차산업에 선진 자동차생산국들은 그렇게 관심이 많고, 자기 회사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해야 된다는 당위성까지 주장하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아직도 한국 자동차산업은 여러 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압박한 1980년대에 미국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하여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던 한국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자동차산업을 위하여 자본을 집중투자한 것에 선진국들은 불만이 있어 IMF 금융혜택을 빙자하여 우리 자동차산업의 재구조조정을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에도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지만 한국에도 전체 노동인구 중 약 10%, 전체 조세부담의 12%가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대우자동차 처리는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수의계약이든 국제경쟁입찰이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가대사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자동차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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