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법안에 대한 수정요구가 거세다. 정치권도 이를 수용해 법안에 손질을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차제에 우리는 재협상에 나설 여야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한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상식에 대한 존중이다. 정치인의 입장에서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의 상식이다. 여야가 당의 이해에 따라 얼마든지 주고 받기식의 타협을 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타협도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바로 상식의 범위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법안이 여야의 담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이다.여야가 획정한 선거구가 바로 그 상식이 결여된 대표적 케이스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지역구의 인구 상·하한선을 7만5,000-30만명으로 해놓고도, 30만명이 안되는 원주 순천 경주 군산등을 2개구로 쪼개 분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몇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인구기준을 99년 9월로 소급, 임의적용한 것도 상식을 반한 행위다. 위인설법(爲人設法)이 아닐 수 없다. 재협상 과정에서 이것들은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 한편 자민련이 재협상에 임하면서 인구 40만명 선인 해운대·기장을 지역구를 3개로 분할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아직도 시민의 분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어서 유감스럽다.
다음은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단축이다. 현행 6개월의 공소시효를 4개월로 단축한 개정안은, 이 개정의 근본목적인 정치개혁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정치인 행태로 봐서는 공소시효를 늘리는 것도 시원찮은데, 오히려 입법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시효를 단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일각에서 후보자의 병역 납세실적 공개와 인사청문회제를 도입한 것을 두고 개혁적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함량부족이다. 그렇지않아도 인사청문회에 대해 「핵심은 비켜가고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 있음을 정치권은 유념해야 한다. 본뜻을 살리려면 당연히 그 대상을 권력의 핵심 자리로 넓혀야 했다는 것이다.
의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기는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정치개혁법안은 존중받을 구석이 별로 없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와 총무단은 이런 법안을 마련한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