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해외채권단이 공개한 ㈜대우의 영국 BFC 계좌 거래내역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대우의 변칙적인 회계처리와 계열사간 자금거래를 처음으로 확인해주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우그룹 계열사의 분리처리를 원칙으로 한 정부와 국내채권단의 대우자동차 매각 등 대우문제 처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서한 내용 및 의미 해외채권단은 ㈜대우를 「그룹 전체의 자금조달 창구」라고 지목하고 그 증거로 BFC 계좌거래내역을 공개했다. 해외채권단은 이같은 사실이 국내채권단의 실사결과에 빠져 있으며 「결정적인 흠(하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6월말까지 대우 회계처리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변칙회계처리에 대해서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채권단 관계자는 특히 『이번에 공개된 BFC계좌 거래내용은 1997~99년 3년분이며 ㈜대우는 지난 20년동안 BFC에 계좌를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 계열사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변칙거래규모가 4조원보다 훨씬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제시한 ㈜대우의 BFC 계좌거래내역에는 ㈜대우가 97~99년 3년동안 75억달러(9조원가량)를 지출했으며 이 가운데 26억달러를 대우자동차의 해외투자, 해외자회사 운영, 해외경비 등에 사용했다. 이밖에 대우중공업에 1억달러, 대우통신에 3억달러 등 7억달러를 지출, 33억달러를 계열사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해외채권단은 이를 근거로 『대우의 계열사들이 대한민국 및 국제적인 회계원칙을 무시하고 계열사간 자금이동 및 거래를 하였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해외채권단은 따라서 한국 정부가 ㈜대우 법정관리를 강행할 경우 대우차 등 타 계열사에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채권단의 의도 해외채권단이 ㈜대우의 변칙자금거래내역을 공개한 것은 국내 채권단과의 채권회수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기 위한 것이다. 해외채권단은 서한 말미에 『법정대응을 원하지 않으며 대우 채권회수율이 45%정도라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협상결렬시 ㈜대우의 법정관리를 강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경입장에 대해, 해외채권단이 「숨겨진 카드」를 내보이며 역공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정기업의 금융기관 계좌거래내역까지 알아내 증거로 제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파장 및 전망 해외채권단이 밝힌 ㈜대우의 BFC 거래내역이 변칙적인 계열사간 자금거래의 증거로 확인될 경우 ㈜대우 최고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내채권단도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대우 법정관리」라는 협상카드가 약발을 잃게 됐고 오히려 해외채권단은 ㈜대우를 법정관리하면 대우차 등에 압류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따라서 해외채권단이 대우차에 대한 권리를 계속 주장할 경우 대우차의 매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해외채권단이 대우차 자산을 압류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는 한 GM 포드 등 인수후보들이 인수를 주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승호기자
shyoo@hk.co.kr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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