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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불러내는 힘

입력
2000.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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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바닥에 박힌 쇠가시를 빼내기 위해/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셨다/아버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칼날에서 시선을 피한 채/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빼내셨다/내 생각으론 나를 죽일 것 같았던 바로 그 쇳조각을」(「선물」부분)미국에 살고 있는 무명의 중국계 시인 리영 리(43·사진)의 시집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잠든 모습을 보며」(나무생각 발행)가 장경렬 서울대교수에 의해 번역됐다. 리영 리는 수카로노 치하에서 정치범으로 복역했던 중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이후 아시아 각국을 떠돌다가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져있고, 이 시집은 86년에 출판된 것. 국내 소개는 미국에 거주하던 소설가 김지원씨가 우연히 발견해 읽고는 동료문인들에게 소개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 계기였다.

그의 시구들은 추억을 되살리는 강한 사색의 힘을 평이한 언술로 풀어놓아, 특히 동양의 독자들에게는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선물」처럼 대부분의 작품은 아버지, 가정과 관련된 추억을 이야기하는 시들이다. 「어머니의 방에서/내가 훔친/뼈를 깎아 만든/사랑스러운 빗에는/머리카락이 끼어있다/어머니는 주무시고 있고/오후가 다가온다/하나의 질문처럼/"어떤 놀이를 할까"」 표제작에서도 드러나듯 억지부리지 않는 평이하지만 선명한 진술로 그는 이미지를 직조해낸다. 안도현 시인은 『추억을 불러내는 마술적인 힘이 느껴지는 시집』이라며 부드럽고도 쉽고, 슬픈 언어라고 평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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