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재래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맨 처음 이사왔을 때는 골목으로 다니는 트럭 소리에 배달 오토바이의 부릉거리는 소리, 떨이를 외치는 아저씨까지 늘 시끌벅적거리는 게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아이들도 주로 시장놀이를 하면서 장사 흉내를 내는 것을 보면서 이사를 잘못 오지 않았나 싶었다.점차 소음에 익숙해지자 시장이 가까워서 좋은 점들이 느껴졌다. 손님이 갑자기 와도 신선한 재료를 빨리 구할 수 있어서 좋았고, 늘 사람이 북적대기 때문에 밤거리도 무섭지 않고, 새벽부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과 수고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심심하거나 사람들이 그리울 때면 시장을 한바퀴 돌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늘상 보이던 아저씨나 아줌마가 보이지 않으면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하고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비닐이나 쇼핑백에 돈을 내고 사야하기에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지만 시장 안에서는 여전히 비닐들을 사용하고 있다. 나도 되도록 비닐사용을 하지 않지만 어쩌다 생기는 비닐들은 버리기도 뭐해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어귀에는 할머님 한 분이 야채를 조금씩 놓고 파는데 하루는 비닐봉투 파는 리어카가 지나가니까 돈을 주시고 봉투 묶음을 사는 걸 보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처치 곤란했던 우리 집 비닐들을 모두 꺼내 구멍났거나 지저분한 봉투들은 빼고 크기별로 정리를 했다.
아이들도 신이 나는지 봉투들은 열심히 정리해서 하나씩 나눠 들고 할머님께 갖다드렸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은 좋은 엄마 노릇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김숙경·육아정보지 「보금자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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