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공약이 제시되면서 주요 이슈에 대한 대선주자간의 논쟁도 가열돼가고 있다. 미 언론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후보들의 공약 중 유권자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조세, 사회복지, 교육 및 선거자금법 개혁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의 정당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메뉴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세율인하와 면세범위 확대 등을 포함한 조세문제는 매번 선거때마다 주요 이슈가 됐는데 올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최근 열린 공화당후보 토론회에서 이 문제로 번번히 언성을 높였다.
전통적으로 중산층과 기업가의 이익을 대변해온 공화당은 「작은 정부」라는 모토아래 저세율 정책을 추구해왔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이윤을 상대적으로 높여줌으로써 「투자의욕증대→고용기회확대→경제활성화」를 꾀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민복지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이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부시. 부시는 지난해 12월 현재 15%, 28%, 31%, 36%, 39.6% 등 5단계로 되어있는 소득세 과세범위를 4단계로 축소하되 세율도 10%~33%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같은 세율인하로 인한 세수 부족을 충당하기위해 2002년~2006년 4,83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주로 중산층 이상에게 세금경감효과가 돌아가도록 되어있는 이 공약에 허를 찔린 맥케인은 즉각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사탕발림』이라고 비난한뒤 세금경감을 추진하되 다만 저세율 과세계층을 연소득 4만3천달러에서 7만달러로 상향조절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주자들은 『공화당 후보의 주장은 중산층 이상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개악(改惡)』이라며 「감세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자금법 개혁에 관해서도 이구동성으로 「소프트머니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한꺼풀 벗겨보면 이 문제에 관해서는 후보들의 동상이몽이 가장 확연하다.
「소프트머니」는 개인이 아닌 정당에 대해서는 무제한으로 기부금을 낼 수 있게 한 제도. 그동안 각 정당에서는 정당 운영자금으로 기탁된 자금을 후보 개인의 선거운동자금으로 전용하는 바람에 이 제도가 정치부패의 온상이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선거자금 모금에 자신이 있는 부시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현재 1,000달러로 되어있는 개인기부금 한도액을 증액할 것과 친민주당 성향인 노동조합이 조합비를 조합원의 허락없이 선거자금으로 기부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어는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고 브래들리는 일정 한도내에서 TV광고를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시했다.
의료보험과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난상토론이 진행중이다. 미국에서는 유럽에 비해 높은 의료비 문제가 선거때마다 이슈가 돼왔는데 이번에도 각 진영마다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유권자의 환심을 살만한 회심의 역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심중이다.
맨 먼저 선수를 친 곳은 고어 진영. 고어는 현재 70%에 못미치는 의료보장혜택 범위를 10년후에는 8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내세웠다. 이에 브래들리는 취임 첫해에 전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며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위한 비책도 준비돼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지난해 잇단 학원 총기사고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총기규제에 관해서는 민주당 후보 진영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월남전 포로 출신인 맥케인은 『총기 소유권은 인간의 천부적 권리』라며 규제를 반대하되 다만 방아쇠 잠금장치 장착 등 안전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진영마다 첨예한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 견해를 달리하고 있지만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서로 상대방의 「괜찮은 공약」을 모방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로 차별성이 점차 희석돼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관해 타임 최신호는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간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느냐는 설문조사결과 95년에는 67%가 「그렇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55%로 줄었다』며 『양당이 서로 상대당의 공약을 참고하는 등 중도온건 공약을 내세우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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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은 참모머리서 나온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각 후보 진영에는 자천타천의 브레인이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의 선거 참모들은 씽크탱크 또는 유수대학에 몸을 담고 있거나 과거 정권에 참여했던 전직 관료들이다.
가장 화려한 멤버를 거느리고 있는 진영은 현재 각종 지지율에서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 캠프. 부시 진영은 일단 10명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외에 25명의 주지사와 33명의 상원의원 및 150여명이 이르는 하원의원 등 막강한 「서포팅 그룹」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최고 핵심브레인은 조지 슐츠 전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포드대학장 등이다. 초기에는 참모진의 좌장 역할을 하는 슐츠 전장관이 두드러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라이스 학장이 실무총책을 맡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회의(NSC) 소련 담당국장을 맡았던 라이스는 지난해말 학장직마저 내놓고 전력투구중이다.
라이스 밑에는 폴 월포위츠 전국방차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국방차관보, 더글러스 팔 전NSC국장, 블랙 윌 하버드대교수 등 「보수주의 인맥」이 포진해있다. 또한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도 국방관련 문제를 자문해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씽크탱크 역할을 해온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원도 가세해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비해 앨 고어 부통령 진영은 겉으론 조용한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클린턴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고어 진영의 참모 역할을 하고 있기때문이다. 다만 고어의 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는 레온 훌러츠가 중심이 된 비공개 그룹이 각종 공약개발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진보적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도 사회복지문제 등에 대한 대안마련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어 진영에서 눈에 띠는 것은 장녀 커리너 시프 여사의 발언권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하버드대 출신에 현재 로스쿨 재학중인 시프 여사는 최근 「탈(脫)클린턴전략」를 내세워 고어의 스타일을 부드럽게 바꾸도록 하는 등 「키 어드바이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빌 브래들리 진영은 캠페인 메니저인 지나 글랜츠를 중심으로 덕 버만, 아니타 던 등 뉴욕출신의 젊은 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부시-고어 지지율 격차 감소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격돌이 예상되는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과 CNN방송이 12~13일 남녀 유권자 1,56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15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시가 대선에서 고어와 맞설 경우 50%의 지지를 얻어 고어(45%)를 제치고 당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개혁당의 후보로 팻 뷰캐넌이 출마하는 경우에도 부시가 47%의지지율로 각각 42%와 6%의 지지율을 보인 고어와 뷰캐넌을 따돌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1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고어에 16% 포인트 앞섰던 부시가 이번 조사에서는 5% 포인트차로 추격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지명을 위한 첫번째 주 당원대회(코커스)와 예비선거를 각각 1주일과 2주일여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당의 주요 대선후보들은 15일 각각 TV 토론회를 갖고 상대방의 공약을 비판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주력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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